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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은행 실습으로 진정한 투자적 복지를 배우다

2013-07-31

고등학생이던 내가 잠자리를 준비할 무렵 엄마는 일 나갈 채비를 했다. 엄마는 녹즙 배달로 하루를 시작하여 낮에는 지역자활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늦은 밤까지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야 집에 들어왔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엄마의 양 볼과 귓불이 빨게 지는데 한겨울 녹즙배달로 동상이 심하게 걸려서 그렇다.

 

대학생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어깨 위에 얼마나 큰 짐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엄마는 그 짐을 나와 함께 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나 또한 엄마에게 또 다른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그러던 중 엄마는 다시 가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가게는 원래 장소보다 조금 더 크고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는 어떤 경로로 다시 가게를 열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열심히 노력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사회복지를 복수전공하게 되면서 엄마가 가진 사회연대은행에 대한 자료를 보게 되었다. 엄마의 짐을 덜어준 것이 마이크로크레딧이라는 제도이고, 엄마의 손을 잡아준 기관이 사회연대은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사회복지실습을 사회연대은행에서 하게 되었다. 편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여러 사업들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고 많은 것을 얻어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 실습을 계기로 내가 가진 사회복지적 가치와 방향에 대해 정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습기간동안 마이크로크레딧 개인창업지원, 사회적기업지원, 대학생 학자금 대출지원, 대외협력, KMDC 등 모든 사업에 짧게나마 투입되어 사업의 세부과정에 대해 배우고 업무를 보조하였다. 강남구 5주년 성과보고대회나 사회적기업 월간세미나와 같은 행사지원도 나가보고, 사업장 현장실사도 가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창업지원사업의 경우 RM(Relationship manager)이 지원대상들과 일대일로 관계를 맺고 상담도 하고 상환계획을 조정하거나 대처한다. 장기연체 업체의 경우에는 가게의 사정을 참작하여 상환일을 미루거나 약정일을 연기해주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보통 은행의 경우는 전화나 문자로 채무자를 독촉하거나 다그치는데 여기서는 영업과 개인사정에 마음을 쓰고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회연대은행에서 창업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1차 경쟁시장에서 한 번 밀려났거나 진출하지도 못한 사람들인데 그들의 사정을 챙기는 조직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강남구 희망실현창구 창업지원사업 5주년 성과보고대회 행사에 참여한 윤연경 실습생

 

대학생 학자금 대출 사업에 참여할 때는 대출 현황을 보면서 학비 부담으로 인해 대출금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에 놀랐다. 부모님이 학비를 부담해주시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님의 대출 빚까지 떠안고 빈번히 휴학을 하면서 학비를 버는 학생들도 있었다.

 

대학생 학자금 지원 사업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전에 대출금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면접심사를 참관했는데, 떨어트리기 위한 면접이 아니라 붙여줄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 면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연대은행에서 실습한 6주 동안 사회적 연대를 통한 순환적 투자를 이끌기 위해 이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게 되었고 이 일을 하는 직원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진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장과 복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마치고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금융을 추구하는 사회연대은행의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 '친환경 사회적기업의 자금조달'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에 행사를 지원한 실습생

 

엄마는 장사 수완도 좋고 사업 성공에 확신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시 일어나야한다는 의지와 신념이 강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은행의 투자를 받을 조건이 안됐다. 그러나 사회연대은행은 엄마의 자활의지를 알아보고 투자하여 결국 일어설 수 있게 도왔다.

 

엄마는 현재 사회연대은행의 후원자이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일어선 사람이 그 연대를 나누는 것, 그래서 연대정신이 이자처럼 늘어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투자적 복지이다.

 

사회연대은행에서의 실습을 통해 사회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사회복지의 더 큰 가치를 발견했고 졸업 후에도 이 가치를 내 중심에 두고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글 / 윤연경 사회복지 실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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