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희망으로 아침을 여는 ‘송유리 치킨&피자‘ 입니다.

2005.12.15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 같다.
 
불혹을 넘긴 세월 속에  가슴에 묻어 두고 싶은 기억,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 웃고 울던 그 시간들을 이젠 담담히 받아 들여 지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여유인가보다.
 
따르릉~~“감사합니다, 송유리치킨& 피자샵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벨 소리에 아침을 준비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 아이들이 만들다 버린 눈사람만 해도 여러 수십개... 이런 날은 배달주문 전화 받는 것이 갈등의 연속이다. “부산 날씨 3월에 무슨 눈이래? ...” 투덜거리는 내 말에는 아랑곳 없이 남편은 묵묵히 배달 준비를 하고 있다. 가게 문을 연 이상은 걸어서라도 배달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남편의 답인 것이다. 우리 가게에 주문을 한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란다.
 
결혼 생활 17년 째, 결혼 후 자신의 기술력 하나 믿고 사업에 뛰어든 남편.

남부럽지 않던 세월도 있었지만 끼니를 위해 막 일을 하기도 했었다. 믿음이 강했던 남편은 절친한 이들로부터의 배신을 숱하게 겪으면서도 나에게 하는 말 “수업료 비싸게 치뤘다 그쟈?” 가 전부였다.
 
욕심 많게 나는 딸만 셋을 두었다. 그 아이들이 커 가면서 남편과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적어도 남편과 나의 품안에 있을 때까지는.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진솔하게, 정말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춰기길 바란다.
 
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어 보였고, 남편의 일은 곤두박질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었다. 청년 실업자는 길거리에 넘쳐나고 당장 목을 죄어 오는듯한 현실의 문제에선
나 또한 대책이 없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편에게 마음과 달리 가시 돋힌 말로 매몰차게 몰아붙이곤 나 또한 울며 지샌 밤이 얼마이던가.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게 아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거야’ 아이들에게 늘상 입버릇처럼 얘기한 것이었지만 당장 나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찾고자 하면 길이 보인다 했던가? 어렵사리 송유리치킨& 피자샵을 오픈하게 되었지만 당장 식재료비며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애 태우던 중 사회연대은행을 만나게 되었다. 부모 형제조차 돈 문제라면 서로 등 떠밀어내기 바쁜 요즘 세태에서 오직 나 하나만을 믿고 그 가능성에 모든 것을 일임해 준 사회연대은행이었다.
 
이제 가게를 시작한 지 9개월째 접어든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품질과 가격으로 단골 고객들이 확보되어 가고,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지만 매출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남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드리워질 때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의 힘만으로 해냈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을 이루게 해 준 우리의 수호천사 사회연대은행과 관계자 분들...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켜 주신 분들에게 “저 오늘 제 힘으로 한 마리 잡았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이 눈길에 어떻게 배달 오셨어요?”

엎어지고 넘어지며 배달했던 집에서는 오늘도 주문이 이어진다.
(송유리 치킨 & 피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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