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 행복을 나누어 주는 도시락 ” - 행복한 밥상

2006.04.03

우연히 주워서 본 신문에서 사회연대은행에 대한 기사가 보석처럼 반짝이며 내 눈으로 들어온 뒤 마음이 바빠진 건 2004년 말이었다. 지난 10년간 힘들게 살아오면서 그래도 버리지 않았던 희망이란 것이 가슴 한 쪽을 방망이질 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쓰고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기까지 6개월 만에 그토록 바라던 창업을 했다.

 
어려움을 모르고 살 땐 천만원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빌릴수도 있었는데, 남편의 사업실패와 함께 따라온 경제적인 빈곤, 커가는 아이들보다 더 빨리 커져버린 빚더미, 신용불량으로 낙인 찍혀버린 은행 문턱에서 십원 한 장 빌릴 수도 없는 처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절약과 잠을 줄이는 것 밖에 없었다. 낮에는 반찬 체인점에서 조리장으로 일하고 밤에는 호프집 주방에서 일하면서 빚을 갚아나갔다.
 
그런 중에도 애들은 밝게 잘 커주었고 이른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할 수 있게 건강이 허락한 건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다행이었다. 몸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은 마음 따뜻한 사회연대은행 가족들 덕분이다. 여유 돈 한푼 없이 천 만원으로 창업을 하기엔 부족했지만, 필요한 집기는 모두 중고로 싸게 구입했고 페인트도 직접 사서 칠하고 중고차도 한대 샀다.
 
이른 새벽이든 밤 늦은 시간이든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내 가게가 생겼을 때의 기분이란…. 2천5백원짜리 도시락. 주변 사무실과 학원들을 상대로 남들 하나 팔아서 남기는 마진을 두 개, 세 개 팔아서 남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다닌 보람이 있어 지금은 직원도 두 사람으로 늘었고 조금씩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아직 성공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일년 전에 비하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지…. 발등의 불을 끄고 나면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킬 차례다.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고 내 집 장만 같은 꿈은 옛날에 접었고 나보다 더 힘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내가 받은 도움을 되돌려 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가게 이름을 ‘행복한 밥상’이라고 한 건, 행복에 한이 맺혀서도,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도 아니다. 참기 힘들만큼 어려웠을 때에도 일부러 밥상을 차려 식구들을 불러 앉혀 먹이고 나 자신도 추스르면서, 행복이 추상적이고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긴 세월을 돌아서 온 지금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땅에서 넘어져도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나듯 실망과 좌절의 늪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세상을 충분히 살아볼 만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열심히 살아가시는 우리 사회연대은행 가족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드린다.
(무지개가게 116호점 - 행복한 밥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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