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포용 해외 탐방 연수기 - ④빈곤에 대항하는 새로운 길 'Mission Asset Fund'

2019-01-04
2018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메트라이프 재단의 후원으로 “US- Korea Financial Health Learning Exchange”라는 이름의 해외 탐방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넘어서 미국에서 폭넓게 정의되고 활용되고 있는 재무건강(Financial Health)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미국 내에서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 재무건강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기관들을 방문하여 한국의 재무건강 분야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US- Korea Financial Health Learning Exchange” 해외탐방 연수 기간 중 인상 깊었던 4개 기관들을 소개합니다.
 
① 금융 포용을 넘어 재무건강(Financial Health)으로 : CFSI
②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새로운 소셜 디자인 및 소셜 임팩트 : idea42
③ 50년 저력의 마이크로파이낸싱 선도기관 : ACCION
④ 빈곤에 대항하는 새로운 길 : Mission Asset Fund
 
 
4. 빈곤에 대항하는 새로운 길 : Mission Asset Fund
 
MAF(Misson Asset Fund / missionassetfund.org)는 14년 전 이 지역에 있던 청바지 공장이 폐쇄하면서 대량 실직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기부한 100만 달러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출범 당시 MAF는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서, 특히 신용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금융교육 방식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이러한 방식이 효과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MAF는 저소득층이자, 이민자인 이들에 대한 상호존중이 가장 중요하며 이들을 강점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들이 성실히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근본적인 자립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용을 형성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주목한 것이 한국의 ‘계’와 유사한 자조금융모임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수세기 동안 진행되어 오던 자조모임에서 참여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신용거래 기록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에 착안하여 기존의 ‘계’와 유사한 렌딩 서클(Lending circle)이라는 자조금융체계를 고안했습니다.
 

 
렌딩 서클은 금융이 필요하고 신용형성이 필요한 대출 신청자를 하나의 서클로 묶어서 기존의 ‘낙찰계’와 동일한 방식으로 1인당 최대 2천5백 달러를 상한선으로 최장 1년 동안 진행하며, 월 단위로 순서에 따라 금융을 조달하고 갚아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이 기존 크레딧뷰로에서 금융거래의 방식으로 인정받아 신용점수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약속어음의 방식을 취하고, 이것이 이행되는 것을 정량적으로 산출하여 크레딧뷰로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렌딩서클 참여자들의 신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단한 점은 모든 수수료와 이자를 무료로 진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래 비용이나 이자를 수취할 경우 금융당국에서 MAF에 대해 규제할 수 있고, 이 경우 취약계층에게 금융의 공급과 신용형성이라는 지원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재 상환율은 99.6%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렌딩 서클 조직시 초동 모임을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갖게 하고, 이들의 합의에 의해서 순번과 금액을 정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합니다.
또한 30일 정도 상환유예기간을 주거나 서클이 깨질 될 경우, MAF에서 모든 대손을 부담하여 참여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높은 상환율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러한 렌딩 서클은 취약계층이 접근하기 쉽도록 100% 온라인 플랫폼으로 개발되었으며, 현재 약 1만개의 렌딩 서클이 조직되었고 약 800만 달러의 대출이 발생했습니다.
신용이 없던 사람들은 이를 통해 신용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일부 신용점수가 있던 참여자들은 신용점수가 평균 약 168점 상승했으며, 참여자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659점대를 유지하였다고 합니다.
개인의 부채도 평균 1천 달러 이상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과에는 MAF의 렌딩 서클 플랫폼과 연동되는 금융 관련된 콘텐츠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합니다. 총 26개의 동영상 콘텐츠가 있고, 이중 5개를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하며 이에 대한 모든 이력관리가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또한 개별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컨설팅 등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MAF가 일반적인 금융공급 조직과 다른 점은 취약계층의 성장을 위한 이같은 통합적인 지원체계(금융공급, 신용형성, 재무건강성 교육, 플랫폼 보유 등)와 이를 위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AF는 향후 정량적 임팩트를 측정하기 위한 활동에서부터 빈곤층 관련 정책 입안자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 등을 도전과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 전역의 비영리단체들과 토론하며 이를 위한 담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성급하게 대출 물량을 늘리는 것은 지양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번 트럼프 정부가 축소하거나 폐지하려고 하는 DACA(The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와 같은 이민자 가족 관련 프로그램을 지켜내기 위한 시위 등 연대활동 및 직접지원 프로그램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MAF는 IT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영향인지 초기부터 렌딩 서클의 모델이 모두 온라인 플랫폼으로 기획되었습니다. IT가 세계적으로 발달했다는 한국 내 대부분의 비영리영역이 수혜자들과 만나는 최초 접점이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제공 등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상자의 이용접근성을 가장 우선에 두었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오프라인 모임을 필수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과 수수료 0%, 이자 0%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상환율은 거의 100%에 육박하는 정량적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상호 신뢰에 의한 존중과 믿음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힘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위 글의 이미지는 Mission Asset Fund의 발표자료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금번 해외 연수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취약계층의 강점과 인간다움에 주목하고, 믿음에 기반하여 다양한 서비스 체계가 구축되고, 이러한 활동을 지지하는 건강한 사회적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절차적 개선, 지원대상자와의 상호존중 및 믿음의 관계성 회복, 행동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과 IT에 기반한 전달체계 정비 등 사회연대은행에서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앞으로의 과제로 삼아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더 넓게는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사회적금융의 실천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한국과 미국의 메트라이프 재단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귀한 시간을 내주면서 진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재무건강, 금융포용과 관련된 말씀을 해 주셨던 존경할 만한 미국 내 여러 탐방기관들, 그리고 그 모든 일정을 함께 했던 연수에 동행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글/안준상(사회연대은행 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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