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포용 해외 탐방 연수기 - ②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새로운 소셜디자인 및 소셜임팩트 'idea42'

2019-01-04
2018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메트라이프 재단의 후원으로 “US- Korea Financial Health Learning Exchange”라는 이름의 해외 탐방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넘어서 미국에서 폭넓게 정의되고 활용되고 있는 재무건강(Financial Health)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미국 내에서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 재무건강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기관들을 방문하여 한국의 재무건강 분야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US- Korea Financial Health Learning Exchange” 해외탐방 연수 기간 중 인상 깊었던 4개 기관들을 소개합니다.
 
① 금융 포용을 넘어 재무건강(Financial Health)으로 : CFSI
②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새로운 소셜 디자인 및 소셜 임팩트 : idea42
③ 50년 저력의 마이크로파이낸싱 선도기관 : ACCION
④ 빈곤에 대항하는 새로운 길 : Mission Asset Fund
 
 
2.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새로운 소셜 디자인 및 소셜 임팩트 : idea42
 
idea42는 2008년 세계 최초로 하버드 대학에서 행동경제에 기반한 연구소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비영리기관입니다.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주 대학생들의 낙제를 예방하거나, 필리핀에서 저축율을 제고하고, 남아프리카 10대들이 HIV에 대해 위험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국,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사회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단, 비영리기관, 정부, 기업 등과 100개 이상의 폭넓은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관련 활동도 idea42의 활동 영역 중 하나인데, 금융 상품을 이용하기까지의 소비자 행동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금융 상품 또는 프로세스와 관련해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개입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필리핀의 저축율 제고 관련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저축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점은 낮은 소득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 내일, 혹은 미래보다 더 절박할 것이라는 선입관 때문이며 추상적 의미를 갖는 목표일 경우 정기적인 저축 행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즉 저축통장을 만드는 것과 이를 기반으로 저축행위를 하는 것에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idea42는 필리핀의 CARD BANK와 함께 저축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과 고객 응대 방식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계좌 개설 양식을 기존 보다 간편하게 바꾸고, 의료비 마련, 결혼자금 마련 등과 같은 저축의 구체적인 목표를 양식에 기술하게 했습니다. 또 저축 목표와 정기저축일시가 담긴 캘린더를 선물하고, 저축 시기에 맞추어서 SMS를 보내고, 이러한 작은 목표들의 성취를 위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면담도 병행토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최초 저축 계좌 개설시 예금하는 금액이 15% 증가하고, 저축액도 37% 증대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저축액 증가라는 측면을 넘어서,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나라의 취약계층이 비상상황에 대비한 자금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소득이나 교육 등과 같은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위험에 대비하는 재무 면역력이 강화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idea42의 행동경제기술지원 프로젝트(Behavioral Economics Technical Assistance, BETA)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자영업자들의 자산형성, 재무건강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들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사회연대은행과 같이 미국 내에서 저소득, 저신용 계층을 대상으로 마이크로크레딧 활동을 하고 있는 ACCION TEXAS의 사례였습니다. 대출 이후 제 때 상환하지 못하는 대상자를 위해 BETA팀들은 월별 상환 계획을 대출자가 세우는 방식을 도입하고, 대출자가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계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알림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프로세스를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필요시 상환일 전에 미리 상환대금을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한 결과 월별 대출 상환금 부족이 이전보다 약 25%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도미니카,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시행한 자영업자 역량강화 서비스도 흥미로웠습니다. 단순 지식 전달만으로는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오프라인의 경우 교육 참석율 자체가 저조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직관적 방식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육을 받는 행동 방식도 이에 맞추어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접근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을 매체로 사용하고, 현재 영업과 관련된 콘텐츠로 구성하되 모든 컨텐츠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한 번의 통화는 약 3분 정도 진행되며 1주일 1개, 총 22번의 프로세스로 구성되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자영업자의 교육수준, 문맹율. 자영업 운영 시간 등과 관계없이 진행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 운영 결과 경청율이 70% 수준이며, 참여율과 만족도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idea42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집체 방식의 지식전달교육은 교육 대상자의 지식 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지식 전달 위주의 집단적 교육 현실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당장의 변화는 어렵겠지만, 제3섹터 영역에서라도 우선적으로 행동경제학에 기반하여 대상자의 작은 행동 변화가 직접적인 성과로 나타나는 프로그램 및 프로세스를 재설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인 임팩트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안준상(사회연대은행 지원본부장)


※ 위 글의 이미지는 idea42의 2018년 임팩트 보고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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