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낼 뿐 가르치진 않는다 - '아쇼카'

2008-04-15
찾아낼 뿐, 가르치진 않는다. '아쇼카(Ashoka)'
 
글. 유병선/경향신문 논설위원(‘보노보 혁명’저자)
 
‘사회적 기업’을 새로운 사회 혁신 운동이자 21세기형 혁명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아쇼카’는 사회적 기업가의 ‘육성’에 관한 한 독보적이다.
‘20년 이상 지구적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의 출현을 적극적으로 모니터해 온 유일한 조직'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러나 ‘육성’이라고 하지만, 아쇼카의 방식은 학교 교육처럼 가르치고, 키워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날개를 달아주는 게 아니라, 날고 싶은 이를 ‘찾아내’ 스스로 훨훨 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방과 협력이 확산되도록 지원한다.
 
흔히 기업가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난다고들 한다. 물론 이 말은 기업가란 하늘이 내린 사람이란 뜻이라기보다는 남이 가르친다고 될 일만은 아니라는 데 강조점이 있을 터이다. 사회적 기업가도 마찬가지라는 게 아쇼카를 세운 사회적 기업가의 대부 빌 드레이튼의 생각인 듯 하다.
 
드레이튼은 '사회적 기업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파수꾼(The Sentinel)’이라는 32페이지짜리 월간지를 만들어 팔았던 일을 아쇼카란 벤처가 25년 만에 지구촌 사회적 기업가의 허브란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떡잎’으로 꼽는다.

그래서 드레이튼의 아쇼카는 ‘사람’을 유난히 강조하며 지구촌을 누빈다. 60개국 1700명의 아쇼카 펠로는 그런 발품의 산물이다. 기업가적 능력과 강력한 윤리적 동기, 사회적 난제들에 대한 참신한 해법을 지닌 사람들이 맘껏 뜻을 펼칠 수 있을 때 사회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다.
 
아쇼카는 모든 사람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신가(changemaker)가 되는 세계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아쇼카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개인적 지원, 집단적 육성, 그리고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그것이다.
 
우선 될 성부른 사회적 기업가의 떡잎을 찾아내는 일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많은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려는 특정 개인을 돕는 방식이다. 그들을 펠로로 선정해, 사회적 벤처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생활비’ 형태로 연간 5만 달러씩 지원(투자)한다. 물론 경영 컨설팅이나 멘토링과 같은 비재정적 지원도 제공한다.
펠로로 선정되면 재정지원은 평균 3년에 졸업하지만 아쇼카 평생회원 자격은 유지된다. 아쇼카는 곳곳에 산재한 펠로들을 글로벌 네트워크로 묶어낸다. 사회 혁신의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는 셈이다. 이들은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뿐 아니라 지구촌에 ‘아름다운 혁명’이란 새롭고도 근본적인 변혁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창의적인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쇼카의 사회적 기업 육성의 1단계라면, 2단계는 사회적 혁신을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산하는 일이다. 요컨대 ‘모두를 혁신가로’(Everyone is a changemaker)라는 아쇼카의 지향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5개의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2005년에 시작된 ‘혁신가 네트워크’(changemakers.net)다. 환경·빈곤·식수문제 등 다양한 지구촌의 사회적 현안에 대한 기발한 해법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공유하는 사이버 커뮤니티다.
1개의 주제에 대해 3~4달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장 혁신적이고 실현가능성이 큰 아이디어에 대해 심사위원의 심사와 네티즌 투표를 통해 ‘혁신상’이 선정된다.
 
2006년 말 현재 100여 나라에서 1400여 건의 혁신 아이디어가 올라왔으며, 100여만의 네티즌이 사이트를 찾을 정도로 인기다. 더구나 자료실에는 사회적 기업에 관한 각종 자료가 빼곡하다. 이를테면 지구촌 사회 혁신의 ‘위키피디아’이자 사회적 기업가의 ‘사이월드’인 셈이다.

또 다른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보다 많은 젊은층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하는 ‘청년 벤처’(Youth Initiative)가 있다. 사회적 벤처에 뛰어든 젊은이들을 팀 단위로 재정지원도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로 짜나가는 작업이다. 아쇼카 펠로의 ‘꿈나무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밖에 환경문제를 위한 ‘환경 혁신’(Environment Innovation Initiative), 사회적 약자도 정치·법률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법률 소외 없애기’(Law for All Initiative), 영리 기업과 사회적 기업의 합작 벤처를 장려함으로써 빈곤층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경제적 시민권 보장’(Full Economic Citizenship Initiative)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쇼카의 3단계 사업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앞의 두 단계가 사회적 기업가 양성에 강조점이 있다면, 3단계는 ‘시민 섹터’(제4섹터)의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다.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ial Services)은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돈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다.
 
영리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영리와 유익의 다리 놓기’(Business-Social Bridge)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2006년 아쇼카를 지원하고 아쇼카 펠로를 멘토링하는 지구촌의 영리기업 기업가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낸 ‘아쇼카 지원 네트워크’(Ashoka Support Network)도 다리 놓기의 일환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 섹터의 자금·인력·정보의 안정적 확보와 사업 확대를 위해 폭넓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풀뿌리 넓히기’(Citizen Base Initiative),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와 같은 사회적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본보기로 제시하고, 대학·기업과 손잡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학술 연구도 평행하는 ‘글로벌 아카데미’(Global Academy) 프로그램도 있다.
아쇼카는 여전히 사회적 기업가 발굴과 지원에 주력하고 있지만, 개인적 지원이 순항 궤도에 오른 최근에는 2,3단계의 한 차원 높은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사회적 기업가 운동이 비약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아쇼카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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