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잇는 닷콤 거리를 꿈꿉니다 - ‘더 테라스’ 4기 염현경 닷콤 대표 인터뷰
청년 카페 창업 지원 사업 ‘더 테라스’는 1년 동안 카페를 무상으로 운영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사회연대은행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함께하는 사업입니다.
더 테라스 4기 참가자인 염현경 닷콤(dot.com) 대표는 다가오는 2월에 프로젝트를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합니다. 지난 1년간 세심한 아이디어로 메뉴를 선보이며 매일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해온 염현경 대표를 만났습니다.
(사진) 더 테라스 4기 참가자 염현경 닷콤(dot.com) 대표
Q. 1년 동안 더 테라스를 운영하셨습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매일 매일이 생일이었습니다! 손님맞이는 물론이고 손님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 모두 즐겁고 축복 같은 날들이었어요.
Q. 더 테라스를 시작하기까지 과정은 어땠나요?
20대에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누비며 살았어요. 제주, 남해에서 살며 4년 동안 게스트하우스 스텝, 관광 가이드, 집 짓기, 텃밭 일구기, 도시재생 활동 등 지역살이를 경험했어요. 30대가 되면서는,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나만의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고요. 대학에서 외식업을 전공했고 바리스타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서 나만의 것을 카페의 형태로 선보이고자 했어요. 닷콤(dot.com)은 dot(점, 경험, 여정) com(함께)의 조합으로 손님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이고, 제 여정을 모아 놓은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Q. 2023년 오픈식에서 ‘더 테라스를 운영하는 동안 많은 분들과 함께 부서지고 깨지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몸으로 직접 겪어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는데요. 운영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작년 여름에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 갔어요. 찰나의 실수로 벌어진 사고였는데, 누적된 피로와 심적 여유 없이 몸을 돌보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어요. 입원하고 쉬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못해도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그 사건으로 제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조급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보자’라고 생각을 전환했어요. ‘오롯이 나만의 것’이란 개념에 묶여서 혼자 끙끙대기 보다는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레퍼런스를 모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사진) 닷콤의 시작과 일상(닷콤 제공)
Q. 더 테라스를 운영하며 받은 지원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더하장’ 혜화동 플리마켓이 저에게는 가장 의미가 컸어요. 더하장은 혜화동 가게 콩플레, 아뻬서울과 알파라운드 입주 기업인 벗밭, 보라와 함께 했는데요, 카페를 통해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매개하고 싶었던 제 생각을 실행해 보는 기회였어요.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프로젝트 전체를 진행하며 많이 배웠어요. 동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카페들과 연합하여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것도 좋았고요.
(사진) ‘더하장’ 혜화동 플리마켓 현장(닷콤 제공)
Q. ‘닷콤(dot.com)’을 운영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으로서 카페를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꾸미려고 했어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비 오는 날은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미끄럼방지 러그를 깔고 주의 입간판을 세우는 등, 메뉴 개발만큼이나 안전과 위생·청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Q. 카페 운영 기간 특별했던 기억,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하루는 한 손님이 평소와 달리 갖춰 입은 옷차림으로 카페에 오셨어요. 중요한 스케줄이 있냐고 물었더니 면접이 있다고 하셨어요. “긴장 말고 준비한 만큼 보여주고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그 다음주에 손님이 오셔서 “그때 면접 본 회사에 합격해서 이제 자주 못 올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단골을 잃게 되는 일이었지만 자신의 좋은 소식을 나눠주는 손님이라 감동이 컸습니다. 선물을 받는다든가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다든가 하는 특별한 일들도 많았지만, 합격 소식을 알리는 손님이나,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건네 손님 등 소소한 일상들이 기억에 오래 남네요.
Q. 더 테라스만이 갖는 장점, 특별함이 있다면?
많은 카페가 있지만, 사회적 경제와 그 가치에 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것이 더 테라스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8, 9년 전 사회적 기업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인턴으로 일하며 ‘기존의 돈 쓰고 버는 방식 말고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더 테라스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봐도 흔쾌히 답변해 주고 난감한 질문은 같이 고민해 답을 찾아 나가는 경험을 했어요.
Q. 더 테라스를 운영하며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운영비, 인건비 등 0부터 스스로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큰 도전이었어요. 일관된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1인 근무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크든 작든 팀을 꾸리고 지켜내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지난 1년의 경험은 내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운영 초기에 아빠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김밥을 가져다주고 라테를 한 잔 드시고 가셨어요. 그렇게 한 달을 꼬박 들르셨는데, 오전 근무가 바빠지면서 신경 쓰이니 오지시지 말라고 했어요. 그때부터는 카페에 안 오시고 운영에 대해도 절대 묻지 않으셨죠. 연말쯤 단둘이 식사하며 ‘아빠는 제 일에 관심도 없다’라고 투정을 부렸는데, 아빠는 ‘부담될까 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1년 동안 알뜰살뜰하게 잘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한동안 목표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있었는데,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사라졌어요. 돌아보니 1년 동안 매일 충실하게 살아왔더라고요.
Q. 향후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궁금합니다.
지역에 공동체 거리를 형성해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이루고 싶은 꿈인데요, 더 테라스 경험을 바탕으로 ‘닷콤’ 실행을 본격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카페를 기반으로 한 공유 공간 운영도 염두해 두고 있고요.
(사진) 더 테라스
카페 공간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1년 동안 더 테라스를 온기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어준 염현경 대표. 카페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밑그림을 준비하는 염현경 대표의 새로운 도전을 사회연대은행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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