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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해외봉사 체험기

2008-08-19
방글라데시 해외봉사 체험기
 
글. 이영은/ '앙글방글' 방글라데시 해외봉사단
 
인구 밀도 세계 1위, 문맹률 60%의 지구상 최빈 국가.
하지만 행복지수는 1위인 나라,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에 대한 안내책자 하나 찾아볼 수 없던 한국에서의 걱정대로 처음 다카공항에 발을 내딛었을 때의 느낌은 혼돈 그 자체였다.
100%에 달하는 습기가 온몸을 휘감았고, 공항 울타리 사이로 빽빽이 넘쳐나는 사람들은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로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우리를 실은 이동차량은 숙소로 향해 신호등도 차선도 없는 도로를 겨우겨우 빠져나갔다.
릭샤(3륜 인력거)와 택시, 버스가 금방이라도 부딪칠 듯이 한 범벅이 되어 쉴 새 없이 나아가는 광경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경적 소리에 우리들 모두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짐을 풀고 숙소 인근에 위치한 한국대사관 방문을 첫 일정으로 다카에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사관 관계자분들과 함께 한 미팅에서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에 대한 소개를 담은 영상을 관람하고 봉사에 대한 각오도 밝히며 마음을 다졌다.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에서 보내는 3일은 그라민은행과 은행 사업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공동체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졌다.
종교적인 배경과 관습에 의해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은 사회활동, 경제활동 종사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가 되어 스스로 생계를 꾸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경우, 이러한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위한 자본도 기술도 없기 때문에 길거리로 나가 구걸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 된다.
주민등록증도 없어 국민 보호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곳에서 이렇게 내몰린 여성들과 그 자녀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길거리로 내 앉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현실을 목격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는 빈민 특히 가난한 여성들에게 무담보로 소액 자금을 대출해주는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 그라민은행을 설립했다.

우리는 마을 두 곳을 방문하여 삶의 의지로 가득 찬 여성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라민은행의 도움으로 무일푼에서 큰 물고기 양식장을 갖게 되고, 시내에서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의사가 꿈인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고, 양계장이 잘 되어 더 크게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공스토리에 우리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얼굴을 감싼 사리 안으로 숨길 수 없는 행복의 미소가 번져 나왔고, 반짝이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활력에 우리 마음도 뭉클해 졌다.

다카에서의 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친구들이 몇 있어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쌀, 요리에 빠지면 서러울 것 같은 향신료,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일어나는 정전이 점점 익숙해졌다. 처음 도착했을 때 숨이 가쁠 정도로 습했던 공기와 가마솥더위도 모두 ‘인샬라’가 되었다고 농담을 나누며 우리 팀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오고갔다. 사회연대은행에서 준비해 준 견학 일정을 마치고 차를 타고 6시간을 달려 방글라데시 제 2의 도시인 치타공으로 활동장소를 옮겼다.



우리의 본격적인 봉사활동은 현지 NGO단체인 아시아포커스(APAB, Alacrity for Poverty Alleviation in Bangladesh)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아시아포커스에서 운영하는 사립초등학교 1곳과 가난한 어촌마을에 위치한 바띠아리, 밀자노골 2곳의 초등학교에서 가면 만들기, 영어노래와 율동, 미니올림픽, 보건, 학교신문 만들기의 교육을 하였다.
평소에는 예체능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터라, 하루 이틀 전 선생님들로부터 우리 소식을 전해들은 아이들은 우리가 교실로 들어섰을 때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며 온몸으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또한 보라초등학교 7개 반의 환경판을 무지개색 한지를 이용하여 7가지 테마로 꾸몄고, 어둡고 칙칙하던 학교외벽에 페인트작업을 하여 밝은 파스텔 톤으로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선한 눈빛과 해맑은 미소는 우리의 에너지가 되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의 작업도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또한 여성들에게 재단과 봉제, 자수기술을 지도하여 자립하도록 돕는 여성기술학교를 방문하여 간단한 성교육을 실시하였다. 방글라데시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매우 뚜렷한데다가, 한국에서도 공개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성을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 교육은 여자 단원들만 참여하였다. 덕분에 우리는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쉬운 뱅골어 단어와 영어, 바디랭귀지를 총 동원하여 어렵게나마 대화를 이어가며 웃음꽃을 피웠다. 성교육을 마친 후에는 함께 생리주기팔찌를 만들고 시트팩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이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었기 때문에 우리처럼 미용과 악세서리에 관심이 많아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아시아포커스와 함께 한 일정을 마치고 현지 선교사님들과 단장님, 간사님, 단원들이 모두 함께 모여 평가회를 가졌다. 단원들 모두 짧은 일정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고, 몇몇은 다시 한 번 방글라데시를 찾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처음 도착하고 적응하기 조차 힘들어했던 우리의 모습이 이만큼이나 변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잊지 못할 추억을 멋진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유누스 박사가 재직하셨던 치타공대학교를 방문하여 방글라데시 대학생들과의 문화교류 행사에 참여하였다. 우리가 준비한 수화, 태권도 시범, 댄스공연에 화답하여 치타공대학생들은 전통춤, 전통악기 연주, 기타연주를 보여주었다.
점심시간에는 우리나라 민속촌 행사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50인분 비빔밥 만들기를 하였다. 콧등에 맺히는 땀방울을 닦을 새도 없이 매운 고추장 양념의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치타공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한낮에 선풍기도 에어콘도 켜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의 모습을 부모님께서 신기하게 쳐다보신다.
활동이 끝나고 우리 단원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지만 활동 중 찍은 사진들과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며 방글라데시 봉사활동의 가시지 않은 여운을 달래고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17일을 함께 지내며 힘과 마음을 합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봉사에 대한 열정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고, 또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일정 내내 우리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사회연대은행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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