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점선들로 고정되지 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 2024년 갤러리 프로젝트 2차 전시 ‘ILLUSION’ 서지은 작가 인터뷰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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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경계_존재, 162.2x130.3cm, 2019, 장지에 채색


화려한 꽃과 나무 사이에 뒤덮인 하얀 새장. 그리고 새장 밖의 다채로운 색의 앵무새와 새장 안의 하얀 앵무새가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갤러리 프로젝트 2024년 두 번째 전시 서지은 작가의 ‘ILLUSION’의 한 장면입니다. 서지은 작가는 화려한 점과 선으로 고정되지 않는 삶의 단면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서지은 작가와 이번 전시의 의미와 향후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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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지은 작가(서지은 작가 제공)


Q. 서지은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수많은 점선들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표현하는 앵무새 작가 서지은 입니다. 


Q. 전시 제목이 ‘ILLUSION’인데요, 어떤 전시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ILLUSION’의 사전적 의미는 '오해', '착각' 또는 '환상'을 뜻하는데요. 제 그림은 어느 하나가 정답이 아닌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작업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Q. 작가님 전시 작품에 새와 새장 이미지가 등장하는데요, 화려한 꽃과 잎에 둘러쌓여 다소 추상화된 이미지의 새장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모티브를 담고 있는 것인가요? 

언젠가 앵무새를 봤는데 신기하게도 새장의 문이 열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앵무새가 밖으로 날아가지 않더라고요. 새장에서 가끔 나와 비행하고서는 바로 다시 새장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알고 보니 앵무새는 귀소본능이 강한 새라 자신의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온다고 해요. 순간, 앵무새에게 이 새장은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새장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가둬놓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 내는 게 신비로웠는데, 문득 누군가의 소리를 따라 하는 존재라고 여겨져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앵무새는 충분히 개성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생각의 방식에 따라 앵무새에 대한 저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 앵무새와 새장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Q. 동양화 재료인 장지에 다양한 색으로 짧은 점과 선을 반복하는 기법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모여 면을 채우듯, 다양한 모양과 색감을 가진 점과 선들이 화면에 어떤 패턴을 만들어내며 조화를 이뤄내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고유한 의미를 간직한 점과 선을 통해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게 됐어요.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저는 창작활동 외에도 발달장애센터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5년 동안 일해왔는데요. 그래서 발달장애나 자폐가 있는 분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분들의 특성이나 성향에서 영향을 받는 부분들도 있고, 그분들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수강생들에게 미술 선생님이라는 저의 존재는 매우 큰 존재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분들에게 받는 사랑이 과분하게 느껴져 나를 돌이켜보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 그림의 오브제는 ‘새장’이 아닌 ‘거울’ 프레임 모양인데요, 새장 속에 갇힌 내가 아닌, 대가 없는 사랑을 받는 나를 표현하고, 나를 거울에 비춰 돌이켜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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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FLECT_0005, 130.3 x 89.4cm, 2022, 장지에 채색


Q. 작가로서 어떤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작업 하시나요?

나의 경험을 재료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때는 제가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며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남의 말만 따라 하는 앵무새와 같다고 느꼈었는데, 앵무새와 마찬가지로 저도 나름대로 저 자신을 표출해 내며 살고 있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모습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한 분들의 다양한 반응 중에 특별히 반가운, 인상적인 반응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전시장에 그림을 걸어두고 그림에 대해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같은 작품에 대해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새장 안에 있는 새 그림을 보시고는 ‘이 새는 왜 새장에 갇혀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과 ‘새가 새장 안에 쉬고 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는 분, ‘가족의 품 같다’라고 말하는 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작품이 의도대로 표현된 듯하여 반갑습니다.


Q. 앞으로 계획하는 작업과 활동이 궁금합니다?

제 작업 중에는 100호 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요즘에는 200호~400호와 같은 대형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작업 환경상 200호 이상 작업은 어렵지만, 100호 작업을 연작으로 이어서 작업 규모를 넓히는 대형 에스키스(밑그림)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에 오브제를 설치하는 입체 작업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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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지은 작가(서지은 작가 제공 사진)


Q. 마지막으로 알파라운드에서 작가님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의 모습도 수시로 바뀝니다. 따라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또 다른 나를 찾아 다른 모습을 발견하면 되는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며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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