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유누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 좌담회

2006-10-20
 
올해 노벨평화상과 서울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는 19일 신라호텔에서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와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 정착과 관련한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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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2006-10-19 15:41]
(::‘노벨평화상’ 유누스 그라민銀총재 국내 첫 인터뷰::)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6 6)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2 가 신라호텔 파크뷰 별실에서 문화일보가 주관하는 이종수(52)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와의 좌담회를 가졌다.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제도) 창시자 인 유누스 박사가 지난 13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뒤 한국 언론 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은 문화일보가 처음이다. 문화일보는 그동안 전개해온 신용회복캠페인의 3년차 주제를 ‘크레디잡(Cre diJob) 2006 - 신용회복은 일자리로’로 정하고 사회연대은행,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신용정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과 공동으로 국 내 처음으로 마이크로크레딧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종수 이사(이하 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우선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성공요인을 말해 달라.
 
◆유누스 총재(이하 유누스)= 마이크로크레딧이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상업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합리적으로 자금을 조 달해서 기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빌 려줬을 뿐이다. 우리는 특히 방글라데시 여성들에게 자금을 많이 대여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인 방글라데시 에서 여성들은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 그라민은행은 외부에서 자금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들었 다.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유누스 = 일을 할 때는 원칙적으로 외부에서 돈을 받으면 안된 다. 그라민은행의 시작은 내 주머니에 있던 27달러였다. 그 뒤 내가 은행에 보증을 서고 돈을 빌려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줬다. 그라민은행이 출범한 직후인 1976~1982년까지는 외부로부터 받은 자금이 전혀 없었다. 그 뒤 외부에서 그라민은행에 자금을 제공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라민은행은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 그러나 외부에서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워낙 끈질기게 밝혀와 국제기구로부터 일부 자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헌금( 그란트·grant)’ 형식이 아니라 ‘대출(loan)’로 받았다. 1995 년부터는 외부로부터 대출도 완전히 끊었다. 우리도 자금이 충분 했기 때문이다.
 
◆이 = 마이크로크레딧은 민간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 면 정부가 하는 게 옳은가.
 
◆유누스 = 신용과 정부는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정부의 역 할은 법, 제도 등 환경을 정비하는 데 그쳐야 한다. 정부는 마이 크로크레딧기관에 직접 자금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정부 나 시중은행이 자금을 출자해 일종의 ‘펀드’를 만들어서 마이 크로크레딧기관이 필요한 경우 자금을 빌려갈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 = 마이크로크레딧이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필요 한 제도인가. ◆유누스 = 어느 나라에나 기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 당한 사람은 있다. 또 여성들은 대부분 대출받기 어렵다. 그러나 돈을 쓰는 곳은 다를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그라민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가축을 기르는 데 쓰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아마도 거 리에서 물건을 팔 것이다.
 
◆이 = 마이크로크레딧기관이 사회 양극화 해결에 기여할 수 있나.
 
◆유누스 = 전통적인 빈곤탈출 방법은 회사에 취직해 월급 생활 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월급 생활자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영업이라도 해서 적극적으로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글라 데시에서도 취직을 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농촌이나 가정에서 개인적인 활동을 한다. 그라민은행은 이들의 이런 활동 을 돕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은 사회 양극 화 해소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 한국의 마이크로크레딧 성공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유누스 = 사람들은 돈이 필요하고, 비즈니스는 멈추지 않을 것 이다. 기존에도 시스템은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빌 리기 힘든 ‘추한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이 성 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어느 누구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거절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마이크로크레딧의 가장 아름다운 점이기 때문이다.
 
정리 =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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