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실패할 특권과 용서받을 특권, 그리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야 할 책임

2013.04.30

- 젊음의 특권과 책임을 지켜줄 수 있기를-

 
 
"다시금 새로운 꿈을 꾸고 싶어요!"
"어두컴컴한 현실에 마지막 빛이 되어주세요!"
제3세계 슬럼가에서 구호의 손길을 바라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목소리다. 학자금, 생활비의 덫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아우성인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은 지난해부터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주관하는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사업'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사업 초기부터 대상자 선정을 위한 면접관으로 많은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면접의 횟수가 더해 갈수록 이들의 절박함과 간절함 또한 더해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빚'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보이며 나가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필자를 비롯한 다른 면접관들이 그들을 울게 만드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아픔과 눈물을 보면서 필자는 이제서야 왜 그들이 '3포 세대'일 수밖에 없는지, 왜 '청년실신'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1년 대학 졸업생 1,8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0.3%(559명)가 학자금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대출액은 901만원으로 상환까지 평균 2년 10개월이 걸린다고 한다.(중앙일보 2013년 3월 26일자)
하지만 필자의 체감지수는 이와 조금 다르다. 이 사업을 통해 만나본 1,000여명이 넘는 대학생들의 빚의 상황과 패턴을 볼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략 4,000만원이 넘는 '대출증명서'와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졸업 때까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는 2,000여만원의 학자금, 생활비 대출 외에도 제2금융권으로부터 20~30%대 고금리로 2,000여만원 정도의 대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졸업장과 함께 4,000만원짜리 '빚쟁이' 딱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자가 빚 상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질이 낮은 일자리를 얻거나 적성과 상관없이 빨리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 이상 대학생만의 풋풋함과 캠퍼스의 낭만은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이들에게 학사모 이후의 희망은 없는 걸까?
사실 이번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사업은 올 연말이 되면 계획된 재원을 모두 소진하여 사업을 종결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끝이 아니어야 한다. 상처를 치료하려던 우리는 이제 막 이 상처의 근원이 무엇인지 발견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발견한 상처의 근원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학생들의 심각한 '빚 불감증'이다. "제 빚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제가 신용불량자인가요?", "부모님이 모든 걸 관리하셔서 저는 잘 몰라요." 신용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나타내는 반응이다. 자신이 감당해야할 빚이 어느 정도인지, 연체가 있는지 없는지 또 그러한 빚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빚 불감증'에 대한 예방은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통한 체계적인 재무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전 예방을 못하였으니 어쩌겠는가. 지금에라도 '빚 불감증' 대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학생들의 '표준화'되어버린 꿈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 출입증 외에는 다른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의 표준화라는 것이 곧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지만 그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어쩌겠어요. 그래도 될 때까지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얼마나 오랫동안 도전하겠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돌아오는 답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고가의 레슨, 학원비 용도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꿈의 실현을 위해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간, 적게는 3~4개월 많게는 6개월 이상의 레슨비, 학원비, 생활비를 선대출받아 저축(?)하여 쓴다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꿈꿔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이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스탑', '원클릭', '원콜'로 이루어지는 고금리 대출 서비스가 없었다면 학생들이 고금리로 대출받아 돈을 쟁여놓고 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빚을 지라고 유혹하는 금융사들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가 만난 한 학생은 대출 금액에 대한 이자를 매달 갚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대출 약정기간 동안 계속해서 원금에 이자를 더해 나가다 약정이 끝나는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으면 되는 서비스이다. 하지만 이 학생의 경우 약정기간 동안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 현황을 알 수 있는 그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3년 만에 빚은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제부터가 이 사업의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사후처방보다는 사전예방을 목표로 대학생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미래의 힘찬 걸음을 같이 해줄 수 있는 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과 프로그램이 시행되어야 한다.
젊음은 실패할 특권과 용서받을 특권이 있으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의 미래인 대학생들의 특권과 책임을 지켜줄 수 있도록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사회연대은행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

글 / 김승균(한국표준협회 지속가능경영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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