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가능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

지난해 전문위원으로서 사회연대은행이 진행하는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딧' 지원업체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더위가 한창이던 8월,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창업한 카페에서 대표님 한 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잠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배우자가 헬멧을 벗으며 다가왔습니다. 머리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뙤약볕 쪼이는 날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날의 땀방울이 아름다운 자립의 열매로 자라길 내심 기도했습니다.

사회연대은행 전문위원으로 4년간 활동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전문위원 활동을 하기 전까지 저는 시중은행에서 30년을 넘게 근무하고 퇴직했습니다. 기존 은행에서는 은행거래가 많은, 신용등급이 상위인 고객을 대상으로 융자지원을 합니다. 은행에서 진행되는 대출상담과 지원은 영리와 은행 영업 달성을 위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곳 사회연대은행에서는 기존 금융기관에서 지원받을 수 없는 저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융자지원을 하는 마이크로크레딧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립 및 사후관리 지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나 자산이 아닌, 한 사람의 잠재된 가능성과 의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일을 사회연대은행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은행 재직 시에는 이러한 일을 할 수 없었고,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연대은행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딧 전문위원 교육 단체사진(박양훈 위원은 윗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전문위원으로서 큰 보람과 설렘 느껴

전문위원은 마이크로크레딧 대출을 신청한 업체를 방문하여 현장심사를 진행합니다. 대출 실행 후에는 대출 상환 시까지 업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현황, 매출액, 순이익, 애로사항 등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업계 및 경영 정보 제공이나 심리지원 등의 사후관리를 담당합니다.

그 과정마다 많은 생각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대출현장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전달받을 때는 설렘과 기대를 느낍니다. 새로운 업종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희열감으로 가득합니다. 대표의 사업에 대한 과거의 경력과 준비과정, 의욕과 열정을 현장에서 보고 느끼며 감동받을 때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생업에 종사하던 남편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내와 자녀가 함께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온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며 땀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의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지지하고 조력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 대표님들이 어렵게 일궈낸 사업이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배달영역을 특화해 성황 중인 업체들도 보입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사회연대은행의 지원과 대표님의 열정이 시너지를 내어 극복해가는 장면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취약계층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애쓰는 사회연대은행 구성원들과 함께, 더불어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