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LG S.F. 대학생 친환경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경연대회 환경부장관상 수상 '황새둥지' 이혁종 대표 인터뷰

2015.12.21

서울 도봉구 방학동 골목골목에는 양말작업장이 있고, 그 앞에는 고무줄 같은 양말 끝 자투리, 일명 ‘가윗밥’이라는 폐기물이 쌓여있습니다. 발가락과 발등 사이 이어진 부분, 이 부분을 봉제하면서 잘려 나오는 실밥을 양말작업장에서는 ‘가윗밥’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10월 개최된 ‘LG Social Fund Festival’의 ‘대학(원)생 친환경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공모전’ 부문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황새둥지’팀은 버려지는 이 ‘가윗밥’을 활용하여 새로운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황새둥지팀은 이 가윗밥을 ‘양말목’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황새둥지’의 이혁종 대표를 만나 황새둥지가 만들어가는 마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 황새둥지는 어떤 곳인가요.

‘황새둥지’는 정주하는 예술가와 동네 주민이 엮어가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대안 주거문화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미술작가 3명을 비롯해 주민활동가 등 6명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환경조건과 버려지는 자원들, 유휴 노동력을 서로 이어 지역에 필요한 새로운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학(원)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너와 나를 엮는 직조’는 황새둥지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의식주 탐구 분야 중 하나입니다.

 

2. 이번 공모전 수상 아이디어인 ‘너와 나를 엮는 직조’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너와 나를 엮는 직조’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의 쓰레기 ‘양말목’을 활용한 직조공예 활성화 및 공동작업장을 제안한 것입니다. ‘양말목’을 사용하여 직조공예 및 교구를 개발, 보급하고 더 나아가 지역특성화 직조예술을 체험하는 워크숍과 공동작업장을 디자인하여 마을 탐방객 등에게 업사이클 직조를 알리고 워크숍 체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너와 나를 엮는 직조’ 작업과 공동작업장은 경제와 문화가 결합되어 지역재생에 도움을 주는 한편, 새로운 젊은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마을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지역에 활력을 일으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황새'를 형상화한 '황새둥지' 외벽>  

 

3. ‘양말목’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공공예술가로서 경제와 문화가 맞닿는 지점을 고민해 왔고 버려진 것들을 되살리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역의 환경조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만큼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하면서 방학동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양말목’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양말작업장이 많은 방학동의 동네 자원 ‘양말목’을 활용한 직조활동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몇 차례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 양말목에 꼭 맞는 직조틀인 ‘황새깃틀’을 만들게 되었고 이웃들과 함께 양말목 패드를 연구하고 상품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직조틀과 만난 양말목은 컵받침, 냄비받침, 방석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색별로 구분한 양말목 더미>

 

4. 황새둥지의 장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양말목은 계획 하에 나온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에서 출발하여 확대, 발전해가는 중입니다. 계획하기 보다는 주어진 것을 에너지 삼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 ‘황새둥지’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때문에 ‘황새둥지’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되어갈 지, 어떤 변인들이 모여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역과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예술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입니다. 과거 묵직한 이미지의 ‘공동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과제입니다.

 

5.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예술전공자들이 사회적 공공예술을 좀 더 익히고 진화해서 사회적인 교점들과 만나는 문화 활동의 지대를 탐구하는 것이 ‘황새둥지’입니다. 이같은 ‘커뮤니티 아트’는 가시적인 성과물이 약하기 때문에 아직은 사회적 지원이 확고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가능성과 한계라는 양가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꿈을 먹고 산다는 예술가들이 꿈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사회적 소스들이 다행히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번 아이디어 공모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사회적 소스가 다양한 것을 자양분 삼아 지역과 함께 하는 예술분야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양말목으로 만드는 직조를 시범보이는 이혁종 대표>

 

버려진 양말목으로 직조 프로그램을 만들고, 버려진 목재를 수집하고 다듬어 만든 양말 직조틀과 함께 보급함으로써 자원재활용 및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재생을 이뤄가고 있는 ‘황새둥지’.

인간을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약자를 지향하는 예술가의 욕망이 사회와 만나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황새둥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됩니다.  

  • 존재하는 파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