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공통 교육을 마치며

2016.06.0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에서 인큐베이팅 중인 창업팀들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해마다 멘토링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시작된 사업 초창기부터 6회째를 맞는 지금까지 본 사업의 역사를 함께 해오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매년 많게는 10여 개, 적게는 4~5개 팀의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교육과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창기 때 멘토, 강사, 컨설턴트로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멘토, 강사, 컨설턴트라는 완장의 힘에 취해서 팀들의 얘기를 듣기 보다는 알량한 지식을 뽐내기 바빴고, 함께 학습하고 탐구하려는 자세보다 홀로 가르치려 할 때가 많았습니다. 완장을 단단히 차고 마이크를 절대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고나 할까?  

 

그렇게 2~3년차가 지나면서 사회적기업(가)이라는 어렵고 지난한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 멘토, 강사, 컨설턴트로서 나라는 존재가 액셀러레이터가 아닌 브레이크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선한의지와 역동성이 자연스럽게 나를 깨우쳐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6기 창업팀들의 멘토링과 교육을 의뢰받으면서 완장을 떼고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사업담당자, 함께 멘토링과 교육을 진행하는 전문가 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가장 먼저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년이 되지 않는 짧은 인큐베이팅 기간 동안 보다 효과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창업팀 심사 및 선정 과정에서부터 교육, 멘토링, 컨설팅 등 각각의 기능별 프로그램의 성과공유 및 사례관리가 가능한 통합 프레임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예컨대 교육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기존에는 임의의 교육 주제를 선정하여 커리큘럼을 만들고 스타 강사를 섭외해 교육을 진행했었습니다. 문제는 강사 간 교육 주제는 다를지라도 실질적인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창업팀 상호간, 창업팀과 강사 간 스킨십이 없는 상황, 즉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교육이 진행되다보니 강사와 수강생 모두 참여도와 몰입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교육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멘토링, 컨설팅, 워크숍 등등 육성사업의 전반적인 프로그램들이 명확한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통합된 체계 속에서 운영되지 않고 그때그때 공급자의 편의에 따라 분절되어 끼워 맞춰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성과공유 및 사례관리가 가능한 통합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담당자들과 논의 끝에 올해 창업팀 공통교육은 부분적으로나마 통합 프레임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교육 진행에 대한 간략한 소개 후 6~7개 팀을 한 조로 묶어 담당 강사(기존 창업팀 멘토), 담당 멘토(기관 담당자)가 소셜 미션과 사회적 경제 조직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주제에만 집중하여 각 팀과 조의 니즈에 따라 강의, 멘토링, 컨설팅을 자율적으로 진행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각 팀별로 함께 학습한 내용을 전체 팀이 모인 자리에서 3분 PT를 통해 각자의 사업안에 대입해서 발표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3분 PT 수상자들과 함께>

 

조별 활동은 강사와 멘토가 각자의 언어로 소셜 미션과 사회적 경제 조직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만 간단히 소개할 뿐 마이크를 독차지하지 않았습니다. 각 팀 스스로 각자의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모델을 점검하고, 나아가 다른 팀들의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보다 활발한 토의,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저기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들려올 때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 즉 서로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토의/토론을 통해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면서 최선의 길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함께 실현하고 있다는 생동감이 그 어느 것보다도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이후에 이루어진 최종 3분 PT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를 설명하기보다 ‘왜(why)’ 나와 우리 팀은 이 사업을 해야만 하는지 청중을 설득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어떤 팀은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고, 어떤 팀은 상황극을 구현하면서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긴 여운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스턴트 3분 카레를 가지고 정통 인도 카레를 요리해주는 팀들의 노력, 창의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번 프로그램 기획 초반까지도 내 스스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하다보니 이게 잘 될까? 가능할까? 라는 걱정에 안절부절 했었습니다. 하지만 미완의 시작이기는 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시도해 보니 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위한 나의 역할은 그리고 인큐베이팅 기관의 진정한 역할은 경영의 이론과 노하우를 ‘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진심을 ‘함께’ 나누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구상력(構想力)을 북돋아 주는 것이라는 것을....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고, 함께 부르는 노래가 더 아름답고, 함께 노는 것이 더 즐거운 것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상상 또한 ‘함께’ 할 때만이 더 맛있고, 더 아름답고, 더 즐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아르케연구소 김승균 이사(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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