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KDB시니어브리지 인턴십활동 후기-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행복했던 날들

2014.12.24

흔히 국제결혼이라 불리던 다문화가정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회의 한 축을 이루면서 예기치 못한 비극적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인의 죽음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과 같이 그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갈등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마침 KDB시니어브리지센터 소개로 사단법인 다문화교류네트워크에서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교육 인턴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그들의 삶을 체험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주어진 과제는 양천구에 속한 다문화가정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내가 즐거워하는 일 중 하나라 기쁜 마음으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얼굴 색깔은 우리 아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으나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인상은 모두 내성적이고 목소리가 작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공부 시간에도 엄마가 옆에 앉아 있기를 바랐습니다. 엄마 역시 딸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 남자아이가 뜬금없이 “모두 나를 싫어해요. 난 친구가 없어요.”라고 말할 때는 내 마음마저 참담했습니다.

 

무엇이 이 아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는가? 왜 그들은 이 어린 나이에 마음 문을 서서히 닫고 있는가? 공부 시간에도 딸 옆을 떠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은 무엇인가?

우선 아이들의 굳은 어깨를 쫙 펴고 바른 자세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어깨를 쫙 펴서 당당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바른 자세로 오그라진 마음도 펴보려 했습니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는 또박또박 문제를 읽는 연습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확인하며 바르게 읽는 법도 익히는 훈련으로 극복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효과가 있는 것은 작은 것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꼈던 것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여 금세 학습 효과가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리액션이 좋으니 가르치는 일도 신이 났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차 개방되면서 이주 노동자, 유학생 등이 늘어나고 농촌 총각들의 결혼 수단으로 불가피하게 국제결혼이 증가함에 따라 문화가 섞이는 것은 필연적 현상입니다. 다만 문화가 섞이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게 마련입니다. 다문화가정의 문제점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문화의 자극은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다문화가정이 이 사회에 어떻게 섞이고 적응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당장 복지 지출이 늘고 노동력이 부족해져 사회가 활력을 잃어간다는 점도 심각하지만,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어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쩌면 이 심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이 다른 민족을 받아들이는 것일지 모릅니다. 오늘의 미국이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이민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것은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생물학적으로 우성 유전자를 퍼뜨리는 장점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사회적, 문화적 구심점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때 교육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사의 올바른 지도로 학생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사명감을 지닌 우수한 교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실에서 그들을 동등하게 대하고 그들의 장점을 부각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예컨대 2개 국어를 하는 그들의 장점을 북돋워 주면 왕따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다문화를 포용하는 관용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고대 로마가 광대한 제국을 이룬 것도 이민족에 대한 관용이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포용이 없다면 미래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일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탤 기회를 얻어 더없이 보람찬 기간이었습니다.

글 / 박미령 기자(시니어 두드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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