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자문자답으로 알아보는 사회적기업 창업팀 ‘무한상상플러스’

2015.01.21

Q. ‘무한상상플러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A. 무한상상플러스는 일상의 삶을 사는 동네나 일터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욕구를 동호회나 커뮤니티의 형태로 모아내면서, 다른 쪽으로는 그런 욕구에 맞춰 활동할 예술인이나 예술교육강사(문화예술교육사) 같은 전문인력을 찾아서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사업모델로 삼는 사회연대경제 기반의 소셜벤처입니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카페, 마을도서관, 청소년 휴카페, 주민센터 등 조금씩 다르지만 역할은 거의 같은 커뮤니티 공간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모이면 함께 뭔가를 하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선생님’ 같은 방식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하기는 쉽지만, 뮤지션이나 문화예술교육사 같은 전문인력을 찾아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는 단계가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이 쉽게 도움을 청하는 곳이 되겠다는 게 저희 무한상상플러스가 세워놓은 역할입니다.

'커뮤니티 생활문화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색다른 매니지먼트 회사'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무한상상플러스'의  찾아가는 공연>

 

Q. 이러한 사업 설계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A. 안정적으로 잘 산다는 의미가 담긴 중산층을 정의하는 실질적인 기준이 뭘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빚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을 것, 월 수입 5백만 원 이상, 여유자금 1억 원 이상 있을 것, 2천cc 이상 중형 승용차를 보유하고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할 것 등이 기준이랍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직접 참여하면서 즐기는 스포츠 종목이 있고, 자신만의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영국은 페어플레이와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맞설 줄 아는 것을 기준으로 꼽는다고 하고요. 많이 다르죠?

 

영국사회학회의 2013년도 조사에 따르면, ‘기술적 중산층’이라 불리는 영국의 중산층은 다른 보통의 중산층에 비해 상당히 고립된 삶을 삽니다. 일반적인 중산층이 17개의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반면, 기술적 중산층은 겨우 4개 직업군과 교류할 뿐이라는 거죠. 이들에 비해 소득은 78퍼센트 수준이고, 저축액은 1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새로운 노동계급은 영국의 일반적인 중산층과 같은 수준 즉 17개의 직업군과 교류를 하며 삽니다. 교류를 통해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을 만들고 자존감을 얻는 사람들. 그래서 사회학회가 이들을 ‘풍요로운’ 노동계급이라 불렀습니다.

 

어느 쪽이 살만하게 사는 걸까요? 누가 과연 더 행복할까요?

 

생활문화예술이 정부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를 정도로, 사는 동네나 일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의 문화활동에 관한 욕구는 상당히 강합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는, 영화를 보고 싶다거나 음악 공연을 원한다거나 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쉽게 채워지지 않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영화관이 한 곳도 없는 기초자치단체가 100여 곳이나 되고, 음악 공연의 경우는 관객과 뮤지션들을 이어주는 적절한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정부에서 작은영화관 지원정책이란 걸 내놓았고, 공동체 상영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협동조합이나 사회혁신기업들도 하나 둘씩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음악공연 분야에서는 이런 대책이 나오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상영 장소와 작품만 확보하면 관객을 모으기가 대체로 쉬운 영화와 달리, 음악공연 쪽에서는 뮤지션이라는 공급자와 관객이라는 수요자를 연결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음악 분야의 파트너들과 함께 음악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해결해보자고 나선 것입니다. 문화적인 욕구가 생길 때, 그걸 커뮤니티와 함께 실현하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행복감도 얻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조금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할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27조를 실천하는 지역 기반의 ‘문화적 권리 실현 디자이너’인 거죠.

 

 

Q.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나?

 

A. 우선,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에 음악공연을 갖고 들어가는 일을 합니다. ‘홍대 앞’이라 불리는 동네에서는 음악공연이 차고 넘치죠.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일치가 일어나는 이곳에서 인디 뮤지션들은 제대로 된 개런티를 받지 못합니다. 생활에 필요한 돈은 음악학원에서 악기를 가르치거나 문화예술교육 보조강사 같은 불안정한 일을 해서 채웁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합니다만, 우리는 음악을 원하는 동호회 커뮤니티를 찾아서 주기적인 공연을 열도록 제안하고, 그런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서 뮤지션들의 형편이 개선되게 하는 협력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여는 대중 참여 프로그램에 음악공연을 넣는 일도 합니다.

주목효과(매력도)와 참여자들의 집중도를 끌어내기 위한 융복합 형식의 강연 프로그램이 늘고 있습니다. 지루해지지 않도록, 대담(토크쇼) 형식으로 바꾸거나, 강연 시간을 아예 줄이고 음악 공연 같은 편안하게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예컨대, 판교에 있는 경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주최하는 ‘창의세미나S'라는 프로그램에는 무한상상플러스가 기획하는 음악공연과 창의적인 성취를 이뤄낸 분들의 강연이 앞뒤로 묶여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참여자로서는 문화적인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한꺼번에 채울 수 있고, 뮤지션들은 일정 규모의 관객을 확보한 상태로 새로운 공연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거죠.

 

음악을 직업으로 꿈꾸는 청소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음악의 세계는 매우 넓고,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방법도 매우 다양한데, 청소년들은 아이돌 같은 아주 특이한 사례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절실한데요, 저희는 이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진로체험지원단 사업과 지자체의 진로직업체험센터 사업에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에 지역의 청소년수련관과 함께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최근에는 뮤지션, 문화예술교육사 같은 전문인력들이 모여서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현해볼 수 있는 안정적인 거점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조만간 ‘이종교배공작소’라는 이태원 우사단로 14길에 있는 널찍한 공간에서 코워킹 형태로 문화권 실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미리 검증해보려고 합니다. 뮤지션의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고, 생활문화예술이나 진로직업체험 분야의 적정한 견본 역할을 맡을 ‘워크숍 콜렉션’을 지속적으로 열려면, 거점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우사단로 계단장이 매달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참여자를 모으기는 좋은 환경입니다. 두 차례의 준비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한 번은 음악공연, 한 번은 아트마켓과 음악공연을 결합하는 형태였습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소셜벤처들의 협동화 사업도 필요합니다. 구멍가게 살림에 만족하다가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협력해서 수요자와 전문인력 풀을 공유해야 하고, 공동기획이나 공동 마케팅을 위해서도 힘써야 합니다. 후발주자인 저희는 기득권이랄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주저함이 전혀 없이 협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이종교배공작소에 뚝딱 그려넣은 벽화 앞에서 김혜준 대표>

 


Q. 어려움은 없나?

 

A. 사실, 무한상상플러스 사업의 틀이 제대로 잡히려면 음악공연이나 문화예술체험교육을 열고자 하는 적정한 수의 공간 운영자들이 파트너로 나서줘야 합니다.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공연 서비스를 함께 구상하는 기획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고객이 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뮤지션을 위한 최소한의 개런티 지급 같은 위험부담까지 지고 싶지 않다는 태도라면, 제대로 된 공조효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로서는 공간 운영자를 설득해서 적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여를 하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행히 2014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최종 소비자인 관객, 그리고 그 관객을 고객으로 삼는 커뮤니티 관련 서비스 제공자(카페, 생활문화공간 등 운영자)가 부담해야 하는 초기 비용을 육성사업을 통해서 일부라도 충당할 수 있거든요.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저희를 길게 같이 갈 파트너로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세워놓은 원칙 때문에 겪는 고충도 있습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개발비 집행은 안 된다는 원칙이 있는데 이 원칙을 지키려면 음악공연을 할 때 오직 무료공연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유료관객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형성을 중심에 두는 저희의 사업모델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만만치 않은 장애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런 방식보다는 오히려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조건으로 삼되,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는 유료공연을 위한 개발비 집행도 인정해주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구상은?

 

A.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문화권 향유 사업인 만큼, 시민과 예술인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생활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참여와 기획도 중요합니다. 저희는 공공부문과 민간자율 부문이 함께 만들어가는 2인 3각 형태 문화권 실현 체계의 디자이너 혹은 시스템 관리자 역할을 맡으려 합니다.

 

저희는 창의적 문화교육에 주목하는 광역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협력적 사업 구상, 특히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지역사회의 호응을 받으며 잘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 등 북유럽의 복지사회 모델을 받아들이자는 바람이 분지 오랩니다. 저희는 좋은 이웃과 함께 만드는 ‘신뢰의 공동체’라는 행복조건에 주목합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사업도 지역 공동체 생활문화예술과 결합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런 일들이 저희에게는 기회요인도 되고, 검증을 받으며 성장해가야 하는 당면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글/김혜준 대표(무한상상플러스)

 

※ (주)무한상상플러스는

2014년 5월에 설립된 ‘문화 사파리’ 전문 기획사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문화적 탐험(Safari)과 함께 생동감을 느끼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제안하고, 이웃들의 그런 삶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기획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무한상상플러스의 김혜준 대표는 한국영화연구소, 영화진흥위원회, 부천문화재단 등에서 문화산업 진흥과 생활문화 활성화에 관한 정책을 세우고 실행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프로보노 모임 ‘소셜벤처파트너스-서울(SVPS)’에 속해 있으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을 통한 협력적 컨설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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