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사회적기업으로 태어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행복도시락(주)

2014.09.01

 “어서 오세요.” “잘 먹었습니다.” 왁자지껄, 우당탕탕 요란한 그릇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말이 정겹습니다. 밝고 깨끗한 식당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쾌활합니다. 여기는 부천시 상동에 소재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구내식당 ‘행복한 밥상’입니다.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주)’이 올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화캐릭터로 꾸며진 귀여운 인테리어가 머쓱할 정도로 한적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직원들과 이곳에 입주한 만화작가들 150명 이상이 이곳을 매일 이용하기에 항상 왁자지껄합니다. 한국만화박물관 등 주말 관람객을 위해 준비한 미니 뷔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단위의 이용객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행복도시락(주) 박명혜 대표>

 

단골 고객인 만화가는 “행복한 밥상은 맛도 좋고 깔끔해요. 무엇보다 직원들이 친절해서 자주 찾아요. 식재료도 좋고 믿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라 뭔가 다르긴 하네요.”라고 합니다.

시니어클럽의 박물관 도슨트 어르신은 “바깥음식은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한데 행복한 밥상 음식은 소화가 잘 되는 건강 식단이라 매일 식당 도장을 찍는다”고 합니다.

일반 손님들은 ‘행복도시락’이 사회적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식당을 통해 체험하고 있어요.”라고 합니다.

특히, 장애인 단체는 ‘행복한 밥상’을 참 좋아합니다. 장애인들이 단체관람 후 식사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 많지 않아 늘 걱정이었는데, 행복한 밥상은 바쁜 식사시간대를 피하면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와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쉽고, 마음껏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행복한 밥상 직원들이 음식을 직접 날라주기에 장애인단체 이용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사회적기업이 양적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아가고 있지만, 사회적기업과 일반기업의 질적인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행복도시락’은 좋은 먹거리를 사람들과 나누며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꾀하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험대에 놓여 있습니다.

의미있는 사업 이면에 ‘행복도시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갈등과 고민도 깊습니다. ‘행복도시락’의 비즈니스는 수익성을 찾기 쉽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200명이 넘는 아동과 어르신에게 식사배달을 하는데, 단가 책정이 너무 낮아 수익성이 거의 없고 사회적 목적 사업인 결식아동 도시락 사업은 바우처 사업으로 인해 편의점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식아동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행복도시락’을 만들었지만, 정부에서 결식아동들에게 바우처 카드를 발급해주면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저렴한 도시락을 구입하여 식사를 하게 되었고, ‘행복도시락’을 찾는 아동들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메뉴에 영양과 맛, 서비스를 더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편의점으로 간 아이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과 밥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간식이 많은 편의점을 이길 힘이 없습니다. 한 가족이 모여 앉아 저녁 한 끼를 나누며 하루를 마감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대자본과 편리함, 효율성이라는 이름에 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라면, 빵, 삼각김밥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힘없이 바라보면서...

 

‘행복도시락’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우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더 많이 사랑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도가 아이들과 멀어지게 하고 아이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성장하게 합니다. ‘행복도시락’이 태어난 이유가 건강한 식사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것인데 이러한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행복도시락’ 사업을 하면서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이 길을 가야하는 것은 결식 이웃들에게 맛있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한 끼의 건강한 밥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자양분이 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회적 미션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 공공식당 위탁 운영 등 공공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모델을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결식아동들이 엄마가 해준 것 같은 따뜻하고 건강한 식사를 가족들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이것이 ‘행복도시락’이 태어난 이유이고 성장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글/ 박명혜 대표(‘행복도시락’ 대표)

 

 

 

 ※ 행복도시락(주)은 부천에서 최초로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으로, 독거노인 등 결식우려 이웃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고, 중장년 여성들(한부모 여성가장 우대)에게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부천시 소사동에 위치한 제조시설에서는 도시락을 생산 및 배송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즉석섭취 식품 분야에서 소규모 HACCP 인증을 받으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식우려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부천관내 독거노인 150명과 결식아동 50명에게 매일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총 직원의 60%를 취약계층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예비군 도시락이나 사무실, 학교 방과 후 교실 식사를 판매하고 있고, 한국영상만화진흥원 만화박물관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행복도시락'은 'HSBC 사회적기업 경영개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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