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스 ‘수종주스’

2014.11.05

개인적인 경험을 남에게 권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저마다의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래도 그는 주스를 권한다. 너무도 쉽게 건강을 버리는 현대인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가게 주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챌 만큼의 직관적인 상호명과는 다르게 ‘수종주스’의 김수종 대표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단 매장을 열었다는 것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불안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긴장된 시기에 김수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부터 설레는 미래까지.

 

 

▶ ‘수종주스’ 소개를 부탁합니다.

수종주스는 제품들이 모두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채소 및 과일 디톡스 주스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 해독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선천적으로 사구체신염이라는 병을 갖고 있어요. 남들은 두 개씩 있는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거죠.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 병인데 대학 졸업 후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빠졌어요. 잦은 음주와 불규칙한 식생활, 운동 부족 등으로 몸이 안 좋아지더니 더 심해지면 신장이식밖에 답이 없는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가 해주시는 채소, 과일 위주의 식단과 더불어 해독주스를 먹기 시작했고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했어요. 3개월이 지나니 몸무게가 16kg 빠졌고, 병원에 갔더니 약을 1/3만 처방해주시며, 식습관과 운동을 계속 유지하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해독주스 같은 바른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경험을 통해 해독주스에 확신을 가지게 된 건가요?

그때 확실히 느낀 것은, 채소, 과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되 조금은 부족한 듯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었어요. 해독주스는 채소 및 과일의 영양소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고,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식사대용이 될 수 있어요.

해독주스라는 것이 원래 미국이나 일본에서 암 환자들의 식이섬유 섭취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보다 삶고 갈아서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간편하게 식이섬유 섭취율을 90%이상으로 높일 수 있어요.

 

어머니의 해독주스를 사업적으로 개발해야겠다고 판단한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개인적인 경험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 몸 상태가 어떠했고, 주스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브랜드에 잘 녹여내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둘째는 기존 제품들에 대한 의문들이었어요. 주스나 먹거리라는 것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시중 제품들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가 쉽지 않아요. 또한 주스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에 반해 수종주스는 매장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제조 과정을 보여주고, 근거리에서 유통하면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정기배달을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관점 중 하나에요.

 

 < 10월 말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수종주스' /  김수종 대표(좌) >

 

▶ 현재 사업진행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나요?

레시피 개발 및 디자인 작업을 완료하고 10월 27일 역삼동에 매장을 오픈했어요.

 

▶ 메뉴를 보니, 주스 이름이 특이한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은데 그런 메시지들을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집중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거예요.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기 위해 ‘어? 여기 특이하네, 위트있네’라는 평가를 먼저 받고 싶었어요. 관심이 생긴 소비자가 홈페이지나 리플렛 등을 통해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천천히 알아갔으면 합니다.

 

▶ 메뉴 소개를 좀 해주세요.

공동창업자인 박선영씨 주도로 레시피를 개발했어요. 현재 다섯개 제품군이 나와 있고, ‘엄마 쟤 흙먹어’라는 제품이 시그니처 모델이에요. 거기에 들어가는 비트 때문에 흙맛이 약간 나는데,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 그렇게 약간의 흙맛이 나는 것처럼,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독주스는 맛이 없어요. 혹시 맛을 좋게 하는 비법이 있나요?

일단 수종주스만의 비율이 있어요. 두번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비정제 유기농 설탕으로 담근 과일청을 조금 첨가해요. 비정제 유기농 설탕을 일반 설탕과 비교하자면 현미와 백미의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당 종류이지만 물리적인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고유한 향, 맛, 영양을 지니고 있죠. 물론 가격도 더 비싸고.

 

 

▶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을 때, 사회적가치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가치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도대체 수종주스가 사회적기업으로서 무슨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이 작은 주스 한 병을 통해 ‘왜 건강해야 하고, 뭘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런 메시지를 통해서 젊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시간 낭비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합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막는 일이기도 하구요.

두번째는 저처럼 선천적으로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그게 어떤 방법일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12월까지의 영업을 바탕으로 내년 1월부터 조그만 기부활동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 육성사업팀에서 제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제조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아닐까요? 그래서 스타트업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엄격한 법의 테두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식품 제조업의 특성상 당연히 엄격할 수밖에 없겠죠.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지만 차근차근 경험하고, 배우면 금방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연대은행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4기로 선정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선정되기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 또는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육성사업에 선정되었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 단계였는데 이를 실제 사업화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사업 특성상 채소, 과일 등 좋은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 이준용 대표님을 소개 받았어요.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마이크로크레딧 창업대출을 받은 분인데, 20년 넘게 청과업계에 종사하고 계시는 전문가시죠. 이준용 대표님과 함께 가락시장을 방문하여 과일 고르는 방법, 가격 흥정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은 매장을 오픈했으니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통신판매업을 할 수 있도록 배달 시스템과 허가를 갖추고, 매장에서의 업무 메뉴얼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수많은 가치들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시도하고 수정하고. 그런 일들을 계속 찾아내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종주스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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