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12월의 힐링캠프-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 워크샵

2014.12.29

지난 봄,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어느새 겨울을 맞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해. 나의 그리고 우리의 사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두려움이 고개를 들 무렵, 우리는 “힐링캠프”에 초대되었다.

 

 

차가운 겨울눈을 뚫고 찾아간 첫 번째 목적지는 놋그릇에 따뜻하게 담긴 하얀 쌀밥집! 금강산도 식후경 이랬던가. 따뜻한 밥 한 끼로 차가운 추위가 금방 물러가는 듯 했다.

 

든든하게 뱃속을 채우고 찾아간 곳은 너리굴 마을. 동화 속 마을처럼 산 속에 자리 잡은 너리굴 마을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너리굴 마을의 촌장님 가라사대, “진정한 힐링을 원하신다면, 너리굴 마을에 오셔서 아무것도 안하고 계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다. 초보사업가로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너무도 많은 'to do list'에 지친 우리들에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힐링의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진짜 아무것도 안하기는 좀 그러니까 간단하게 도자기 좀 빚어볼까?

 

다소 쌀쌀했던 도자기 공방의 차가운 진흙 한 덩이. 무성의하게 잘린 진흙의 모습은 마치 지난 봄 우리의 사업과 같은 모습이지 않던가. 진흙을 굴리고 굴려 한 층, 한 층 쌓아가는 것도, 그 한 층, 한 층이 잘 붙어있길 바라며 진흙 풀을 듬뿍 발라 꾹꾹 누르는 모든 과정이 지난 한 해동안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진흙을 빚으면 내 마음대로 잘 빚어지지 않던 순간도, 어느새 생각보다 높이 쌓아진 그 모양이 내가 처음에 의도했던 모양이 아닐지라도 허물어버릴 수 없던 순간도, 그 모든 것들이 지난 일 년의 우리와 참 닮아 있었다. 언제나 시간은 흐르고,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어김없이 다가오듯, 진흙을 도자기로 구워내기 위해 각자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순간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렇게 아쉬움과 기대를 담아 각자의 진흙을 공방에 두고 나오면서 가마의 높은 온도를 이겨내고 진흙이 도자기가 되 듯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모두의 사업도 그리되길 소망해 보았다.

 

 

공방에 들어가 있는 사이 쉼 없이 내린 눈길을 사고 없이 지나온 것에 감사하며 저녁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숙소. 따뜻하게 데워진 숙소에 짐을 푼 우릴 맞이한 것은 DISC검사였다.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지에 대한 간단한 테스트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일진대. 어쩌면 지난 한 해 동안 좌충우돌했던 가장 큰 원인은 나 자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와 남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좌충우돌의 충격이 좀 덜 했으려나? 간단한 성격검사였지만 이전과 이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지금은 육성사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실패의 경험도 미래를 위한 초석으로 용인되지만 두 달도 안 되는 시간만 지나면 그 어떤 울타리도 없이 야생에 내던져질 우리들. 그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화끈한 레크레이션으로 그 고민들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힐링캠프의 노련함! 유독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는 4기팀의 시큰둥함을 한 번에 무너뜨린 신바람나는 레크레이션으로 무거운 마음은 잠시 벗어두고 그냥 한바탕 웃어버리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담소시간. 그간 고생해온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길을 가는 이들의 동료애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겠지만, 차가운 진흙을 내 손의 온기로 녹여 나만의 도자기로 만들어 가자고, 그 길을 우리 함께 하며 신나게 걸어보자고. 우리 함께 연대하여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보기로. 2014년의 마지막이 저물어가는 12월의 어느 금요일 밤, 우린 그렇게 새로운 발걸음을 위한 힐링캠프의 마지막 밤에 취하였다.

글 / 김해리(창업팀 ‘자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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