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와의 에코수다

2013.04.29
작은 기업의 컵 하나가 세계 유명 디자인 어워드에서 연이은 수상의 쾌거를 거뒀다. 옥수수전분으로 제작한 친환경 ‘Original Green Cup’이다.
‘Original Green Cup’으로 2012 독일 'red-dot' 어워드, 2013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한 에코준컴퍼니는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친환경 ‘그린디자인’ 예비사회적기업이다.
‘Original Green Cup'의 패키지 포장은 장애인들이 맡고 있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해외 디자인 박람회에 참여한 후, 연일 들어오는 제안들로 바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에코준컴퍼니의 이준서 대표를 만났다.

▲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


레드닷(red-dot) 어워드 수상에 이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까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벌써 두 개를 석권하셨어요.

▶ 사실 수상은 기대도 못했어요. 출품이나 해보자는 의도였는데 정말 기뻤습니다.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고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의 제품이, 특히 그린디자인 제품이 수상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합니다.


원래 광고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기업가의 길로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학부시절부터 광고를 좋아해서 공모전에 많이 참여했는데 공모전 시상식에서 윤호섭 교수님을 알게 됐어요. 광고 쪽에서는 굉장히 유명하신 분인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제 롤 모델이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고, 그린디자인에 눈을 뜨게 됐어요.


윤호섭 교수님께서 대표님을 이 길로 이끄신 셈이네요. 교수님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나요?

▶ 그동안의 디자인은 대량생산, 상품성, 외형적인 측면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원 소비, 쓰레기,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디자인이 일조했다고 볼 수 있는데 디자이너들도 환경에 대해 윤리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환경 이전에 인간이 가져야 할 윤리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교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화답이 에코준컴퍼니입니다. 힘든 시기마다 교수님께서 큰 힘이 되어주셨어요.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저에게는 인생의 스승이십니다.


에코준컴퍼니하면 생분해플라스틱을 사용한 그린컵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린컵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 그린컵의 가장 큰 특징이 티백을 걸 수 있는 V홈과 친환경적인 생분해플라스틱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생분해플라스틱은 주로 유아용품에 쓰였는데 발상의 전환을 해봤어요. 그런데 단순히 소재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차별성에 대한 고민을 했고 그 끝에 나온 결실이 V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가 나간 줄 알고 불량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는데 설명해 드리니 다들 감탄하시더라고요.


생산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사실 제품 디자인은 전공도 아니었고 전문지식도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사이즈로만 디자인을 해서 무작정 제작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쥐고 보니 컵의 상단 부분이 너무 두꺼워서 마시는데 불편한 거예요. 재도전 끝에 지금의 형태가 나왔어요.
모양 다음에는 색상이 문제였습니다. 공장에서도 처음 다루는 소재이다 보니 품질관리가 안됐어요. 전체적으로 색감이 고르게 통일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공장도 힘들고 저희도 힘들었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아나갔어요.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LG전자 녹색성장분야 예비사회적기업 성장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계십니다. 소회를 좀 부탁드릴게요.

▶ 그린컵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가 프랑스 메종 앤 오브제 디자인 박람회였는데 그 박람회 참가는 LG전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또 당시만 해도 제품 퀼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원받은 사업비를 통해 퀼리티에 대한 욕심을 채울 수 있었죠. LG전자 사업이 아니었다면 상당히 어설퍼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신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심사가 엄격했던 만큼 저희를 믿고 어느 정도 제약을 없애주셨는데 그 신뢰가 고마웠고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야겠다, 이런 동기부여도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코준컴퍼니에게 사회적기업이란?

▶ ▶ 또 다른 기쁨의 창출? 대표로서 프로젝트 진행하고 사업이 잘되는 것도 좋지만 아울러 올바른 가치를 창출하는 일도 매우 재밌어요. 제품 포장을 장애우분들께서 해주고 계시는데 저희 제품이 상도 많이 타고 해외로 수출도 된다하니 그렇게 뿌듯해 하실 수가 없어요. 일에 자부심도 갖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린디자인이라는 소셜 미션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엮은 신제품들을 출시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준서 대표가 청년 사회적기업가에게 전합니다.

1. 조급해하지 마라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소명과 사업성을 모두 갖출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사업아이템을 충분히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저는 사업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까지 8개월 넘는 시간을 고민했어요. 지금은 초기단계부터 지원해주는 사업이 많으니 길게 바라보고 준비 과정을 충실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자기 제품에 대한 자가당착에 빠져들지 마라.
냉철하게 주위 의견을 꼭 들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하다 보면 자기가 만드는 제품에 대해 어느 순간 오케이하고 스톱하는 때가 있어요. 그럴수록 다른 사람의 쓴소리도 받아들이며 자기 사업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3. 유통구조를 파악하라.
대부분의 창업가가 소셜 미션과 제품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얘기합니다. 그런데 막상 비용이나 가격 얘기가 나오면 작아져요. 초기에는 그런 쪽까지 생각이 닿기 힘들거든요. 원가와 판매수수료 가격 등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사업의 새로운 면이 보일 겁니다.

4. 가까운 현업의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보라.
하나부터 열까지 맨 몸으로 익히는 것보다 먼저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시간도 단축되고요.


 

▲다양한 색상의 그린컵을 들어보이는 에코준컴퍼니 직원들

글 / 이광희(사회연대은행 사회적기업본부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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