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더 아름다운 꽃봉오리 - 으뜸웅변속셈학원

2005.12.15
  
아무도 깨우는 이 없어도, 소롯이 피어나는 산수유. 적막했던 동산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착한 여인의 마음처럼 ‘봄이 왔노라’ 알리며 보는 이를 기쁘게 한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노오란 개나리가 살포시, 다시 환하게 희망을 노래한다.
 
미소로 반겨주는데, 얕은 산자락 어귀에서 분홍빛 진달래가 같이 어울리자고 수줍은 듯 웃고 있다. 열릴 듯 말듯 한 돋아오른 봉오리가 가슴까지 설레이게 한다. 자연의 신비로움에서 삶의 변화까지 배운다. 빌라 담장으로 내려다보이는 하얀 목련화의 자태가 또 우아하게 손짓한다.
 
어느 새 봄은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절을 보내면서, 찬바람을 만나고 폭풍우를 만났었지만 이렇게 화사하고 따뜻한 새 봄이 돌아오면, 검은 먹구름의 무서움과 씽~했던 눈보라의 추위를 곧 잊어버린다. 내게 언제 슬픔이 있었고 어려움이 있었던가?
 
이혼이란 쓴 멍울을 가슴에 담고, IMF의 힘든 시간속에서 두 딸아이를 희망과 기둥으로 의지하며 지냈던 그때!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속으론 한없이 가슴아파 괴로워했던 몇 년간... 그 누구에게 터 놓을 수 없었던 현실의 어려움을 짊어지고 책임감 때문인지, 사랑 때문인지, 두 아이 사춘기 시절을 자상하게 살펴주지도 못하고 오로지 직장에 충실하며, 하는 업무에 비해서 적게만 느껴지는 월급을 받으면서 버티어 왔던 지난 날들...

남들이 보기에는 참 괜찮은 생활을 하는 줄로 아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이기에...당당하려 애썼던 모습이기에...겉으로만 행복해 보이는 속 빈 강정일 뿐이었다. 엄마 혼자서의 벌이로서는 자녀교육과 뒷바라지에 벅차기만 했다. 결국 생활고에 젖고마는 형편이었다. 큰 아이 중학교 졸업하고 고1, 고2.. 작은 아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시절로... ‘강해져야지, 강해져야지...주저 앉으면 안된다...웃자. 내가 선택한 길이야...’
 
남편의 문제로 인해 큰 비용부담을 안고, 반복된 문제로 인한 처벌 및 실형...더 화가 난 것은, 큰 아이가 아빠의 처벌 내용을 알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부끄럽고 송구스런 일인가? 아이들 정서에 예쁜 것만 주려했던 엄마의 소망이 허물어져 감을 느꼈다. 경제적으로 위자료 받은 것도 없이...가족, 형님들이 계셨어도 ‘네 죄인지라 살펴줄 수 없다’는 얘기들...가까웠던 가족들의 냉정함에 또 한번 울었다. 엄마는 두 딸을 품고 꿋꿋한 의지로 자신의 삶을 걸어가리라 맹세하면서... 결국 재판이혼을 청구했다. 아이들에게 아빠 몫 이상으로 엄마 역할을 다 하리라 이를 악물고 이혼을 선택했던 것이다.
 
7년이 넘도록 혼자 아이들과 지내오면서,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흔히 하는 얘기로, 여자 혼자 지내기엔 각박한 세상이라 들었지만 나는 그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큰 아이가 고3이 되고 ‘이대로 쓰러지면 안된다. 더 늦기전에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한다’라는 고민으로 며칠밤을 지새웠다. 그리고는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년 5월, 모내기가 끝날무렵, 대지는 푸른 세상을 꾸미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용기로, 시청 주민자치팀을 찾았다. 아~하늘이여~! 자치팀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그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현실의 고통스러움과 나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진실되게 담아서 말씀드리고, 살아왔던 길을, 그리고 지금의 심경을 이메일로 올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힘들어도 절망하지 않았고,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생활해 왔던 자신이 조금은 대견스럽기도 했다. 자치팀장님으로부터 ‘사회연대은행’을 추천받았다. 함께 만드는 세상 사회연대은행 인연의 줄을, 고마운 큰 은혜로 휘감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이런 자리가 존재하고 있었다니...이렇게 감동받을 자격이 내게 있는가? 
10년이 넘게 가르쳐오던 학원을 원장님이 내놓게 되었고, 인수할 형편이 안되어 안타까워 하던 때,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은 그야말로 내게 기적을 준 것이다. 작년 늦은 가을, 生의 고통과 환의의 갈김길에서, 난 바르고 환한 길로 들어섰다. 겨울방학 동안, 오래된 학원 실내환경을 개선하고 신학기를 맞이해서 정성과 열정의 상담을 했다. 앞으로 더 많아질 원생들에 대한 희망과 함께...
 
거듭 태어나는 은혜로움에 감사함만이 솟는다. 어려웠던 지난날의 형편을 되돌아보니 더 높이 날기 위해서 움추렸던 때인 듯 싶다. 열정을 품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봉오리처럼. 어렵고 아픈 시절은 하나 더 배우고 체험하는 열지 않은 희망찬 꿈인 것을. 그리고, 결코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면, 진달래가 수줍은 봉오리를 터뜨리고 온 산을 치장하듯이 기쁨의 날은, 성공의 날은 곱게 단장해서 찾아오리란 것을 믿는다.
 
큰 아이가 삼성에 입사해서 잘 지내고, 작은 아이는 중3. 방송반에서 밝은 모습으로 즐거웁다며 활동하고 있다. 큰 아이가 회사에 입사할 때 자기소개서에 적었던 글, ‘엄마의 책임감과 바른 의지를 존경하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는 자식이 되겠노라’. 가슴 뭉쿨하니 아이들 마음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되는 것을 느꼈다. 참 예쁘고 사랑스런 자식이 있고, 진정 고마운 사람들이 사는 함께 만드는 세상에 나의 감사함과 행복함을 던져야겠다.
 
봄꽃들의 축제가 시작된 따사로운 사월이다. 고마운 분들은 신선한 산소가 되어 꽃의 향기로 세상을 만들어가고 그 아름답고 값진 시간안에서 더 많은 배움과 베품을 가지기 위해서 나도 예쁜 꽃을 피우고자 나의 일을, 꽃봉오리의 희망처럼 부지런히 하고 있다.
(으뜸웅변속셈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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