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사회연대은행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 농심축산

2009.12.24
사회연대은행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농심축산(무지개가게 487호점)
황미경 대표
안녕하세요. 우선 사회연대은행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 같이 모자가정에, 파산면책을 받고 믿을 거라곤 10년 동안 갈고 닦은 정육기술이 전부인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 그동안은 그저 먼 나라 얘기로만 알고 있었고, 저에게까지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기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포기 아닌 포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돌이켜보면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곱게만 성장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결혼 생활은 폭력에 이혼이라는 꼬리표만 안겨줬고 그 꼬리표를 달고 긴 터널 속을 하염없이 걸어가야 했으니까요.
양육권을 안 준다기에 남편의 빚 까지 떠안고 두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그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불을 끄고 끼니도 거른 채 세탁기 통속에 숨어 지내기도 했지요. 그러다 빚쟁이에게 잡혀 어디론가 끌려가 밤새 떨면서 겨우 죽을 듯 각서를 쓰고 빠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형편이라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월급생활을 해야 돈을 모을 수 있을 텐데, 한 달 생활비도 없던 형편이라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 마트 정육코너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자가 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남자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부지런해야 했고, 무거운 짐도 더 많아 들어야 했고 더 늦게까지 근무해야 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남자 이상으로 많은 월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가게를 갖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아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언젠가 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여기저기 문을 두드린 결과 사회연대은행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내 가게가 없어 겪었던 설움과 아쉬움이 많았기에 창업을 할 때는 기쁨이 훨씬 컸습니다. 좀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사실 큰 아이가 의대를 붙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안형편 때문에 전문대를 보내야만 했었거든요. 실력도 있고 자존심도 강한 아이가 울면서 사정을 했지만 그때는 아이를 포기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물 아닌 피눈물이 쏟아지는 심정은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지금은 졸업반이 된 아이도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 사회연대은행을 알았더라면, 지금의 사정 같았으면 박수치며 보냈을 텐데... 부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는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고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멀기에 오늘도 저는 차안에서 잠을 청합니다. 오고가고 4시간,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는데 잠은 필수죠. 집에 가면 12시, 잠은 2시, 아침은 6시 반, 출근은 9시. 빡빡한 일정으로 생활하는데도 저는 행복합니다. 이웃들은 억순이라고 합니다. 명절 때도, 아파도, 가게에 나와 문을 여는 것이 원칙이라고 믿기 때문에 죽어도 가게에서 죽을 거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 저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가게에서 일할 수 있는 순간순간이 행복합니다.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게 애써주신 사회연대은행과 금감원의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두 딸과 함께 할 내일을 위해 황 대표님은 여자로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창업지원기금 :




  • 존재하는 파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