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HSBC 청년생활경제상담사 양성과정을 마치며

2016.10.05
태양이 맹위를 떨치던 8월 중순, 사회연대은행에 25명의 청년들이 모여들었습니다. HSBC 후원으로 사회연대은행이 주최한 ‘청년생활경제상담사 양성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을 위해 휴가를 쓰고 온 분도 있었습니다. 너도나도 놀러가기 바쁜 때, 이들을 모이게 한 것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청년현실이었습니다.
   
저는 ‘청년생활경제상담사 양성과정’의 교육을 맡은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직원으로, 이 사업이 진행되는 초기부터 전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한여름에 누가, 과연 이런 일에 관심을 갖고 찾아올까?‘ 우려 속에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많은 분들의 신청이 이어져 조기에 마감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HSBC와 사회연대은행의 배려로 결국 넘치는 인원까지 수용하여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저도 직원이자 수강생의 자격으로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첫 시간 각자의 사연이 쏟아졌습니다.
금융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싶어서, 자신의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힘겨운 청년들을 돕고자 참여한 분들이었습니다. 내 몸 하나 건사하며 살기도 벅찬 세상인데, 자신을 도울 뿐만 아니라 타인을 도울 마음으로 내딛은 걸음에 가슴이 훈훈해졌습니다.
  
이어서 청년생활경제상담사로서 알아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배우는 시간. 한국의 경제현실을 살펴보고 사람중심 경제생활을 내면화하는 철학강의, 청년의 노동과 주거, 부채와 신용, 금융과 보험, 복지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지식강의, 상담이론 및 실습을 해볼 수 있었던 실전강의 등을 통해 다양한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사이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을 쉬기도 하고, 격하게 공감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지요.
 
처음엔 이 과정을 잘 이수해서 나도 무지를 깨치고, 누군가의 삶을 거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7일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그간 함께 밥을 먹고, 강의를 들었던 분들과 찐한 뒤풀이를 가졌습니다. 다들 처음 본 사이인데 어느새 동지애마저 느끼고 있었지요. 201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나 자신의 문제이자 수많은 청년들의 경제현실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씨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생활경제상담사는 청년이 청년을 돕는 방식의 상담을 하게 됩니다. 내가 더 많은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의 심정을 잘 알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빠르고 바른 이해로, 같은 위치에서 적절한 도움을 주고자 양성된 것이지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하는 것들-배우는 것, 일하는 것, 자는 것 등-을 위해 끊임없이 빚을 지고 살아가야하는 현실 속에서, 돈이 없어서 삶까지 포기하게 되는 이 아픈 세상에, 푸르른 봄(靑春)을 지켜가는 작은 사람들로 활동할 것을 약속하며 각자 삶의 자리로 향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생각보다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청년이고, 그 청년들이 저의 친구입니다. 제 앞가림을 해감과 동시에 청년생활경제상담사로서 여러 청년들과 더불어 함께 앞을 가려가며 살아볼까 싶은 가을입니다. 
 

글 / 한나영(청년생활경제상담사 양성과정 1기 수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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