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슈퍼마켓 ‘쾌슈퍼’와의 유쾌한 만남

2017.01.24

빈 점포가 점점 늘어가는 구로시장을 살리고자 구로구청, 구로시장상인회, 현대자동차가 합심하여 2015년에 오픈한 ‘영프라자’ 초입에 자리한 ‘쾌슈퍼’. 5평 남짓한 매장에 들어서면 네온불빛이 먼저 맞이합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어라’

사실 부러운 게 많지만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자존심을 세우고 살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어라, 그래서 자존심을 세울 것’이 원래 완성된 문장이라고.

   

그리고 또 벽면 한 켠을 차지한 액자가 눈에 띕니다.

“쾌슈퍼는 ‘쾌락원칙’의 철학을 중심으로 윤리적소비에 대항하는 원초적소비에 대해 조명하고, 인생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사고, 팔고, 만들고, 알리는 그룹입니다....”

   

쾌슈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자기선언문과도 같은 이글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쾌슈퍼는 쾌락원칙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은 식료품 편집샵이자 슈퍼마켓입니다.

청년 농부 수확물, 수제잼, 수제청 등 청년들이 만든 소규모 제품을 판매하고 흔하지 않은 해외식료품 기획전을 열기도 합니다.

사라져가는 슈퍼마켓을 알리기 위해 도감 등 출판물을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디자인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도 합니다.

 

< '쾌슈퍼'만의 특색있는 간이 테이블에서 손님들은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대학 동기로 만난 변은지, 윤지혜 두 대표가 쾌슈퍼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2008년으로 올라갑니다.

   

“2008년에 세계여행을 갔는데 터키 공항에 내리자마자 풍기는 향신료 냄새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박물관이나 유적지, 미술관보다는 시장이나 슈퍼마켓 등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시장이나 슈퍼마켓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나 삶, 생활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슈퍼마켓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즐겼고 국내에서도 이 취미를 이어갔어요. 국내 슈퍼마켓이 반짝이는 것은 없지만 특유의 감수성이 있어서 사진으로 아카이빙 했어요.”

   

그런데 사진 속 슈퍼마켓을 다시 찾아가면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청년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감수성의 슈퍼마켓을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쾌슈퍼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밀려 동네 슈퍼마켓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소규모 슈퍼마켓을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흔히 볼 수 없는 수입식료품을 선점, 판매하고 있는데 한 번 홍보가 되면 대형마트에서 박리다매해서 쾌슈퍼가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슈퍼마켓 플랫폼의 이야기를 담은 자체상품을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 자금적인 부분이 힘들었어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서 슈퍼마켓 도감을 재생산하고, 이를 활용해서 슈퍼마켓 굿즈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다른 창업팀, 멘토들과 만남을 갖으면서 자극도 받고, 배우기도 하면서 내부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향후 확장성의 문제도 고민할 수 있는 안목도 얻었다고 합니다.

  

<'쾌슈퍼' 두 대표님에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멘토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다고 합니다.> 

 

쾌슈퍼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슈퍼마켓은 ‘이야기가 있는 슈퍼마켓’입니다.

각 개별의 가게마다 주인의 성격이나 취향이 반영되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슈퍼마켓이 늘어나도록 하는 게 목표이자 방향입니다.

쾌슈퍼를 통해 슈퍼마켓에 흥미를 갖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셀러로 참여하는 농부, 일반 소비자 등이 이미 쾌슈퍼에 관심을 갖고 물건 구매 방법에 대해 물어오는 등 소셜프랜차이즈 문의를 한다고 합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먹는 것, 노는 것, 만드는 것 등 재미있고 좋아하는 게 많아 슈퍼마켓을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슈퍼마켓 주인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동네 슈퍼도 ‘쾌슈퍼’의 대표님들 덕분에 한 번쯤 간판을 올려다보고 주인을 살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슈퍼마켓’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쾌슈퍼’가 더욱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쾌슈퍼의 윤지혜(좌), 변은지(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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