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애 이사 신규 선임
'생명력이 있는 나뭇가지로 움을 틔우기를 소망합니다.'
황신애 이사(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15년 동안 가난 앞에 무너진 사람들과 함께해 온 '사회연대은행'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마이크로크레딧이라는 분야에서 유누스 총재가 설립한 그라민뱅크만큼이나 유명한 기관입니다. 그동안 이루어 온 사업의 성과, 그리고 사업이 진화되고 변형되어 온 방식이나 지속성과 영향력 등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 사회연대은행이 꽤 참신하고 잘 운영된다고 자랑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랫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본 것이고 말 그대로 그저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성공적인 스토리도, 새로운 도전도, 애쓰는 수고도 다 남의 일이었던 것이지요.
우연한 기회로 사회연대은행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당면한 과제를 풀어가는 시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발단은 '모금 활성화'였지만 그 가능성과 타당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회연대은행이 오랫동안 일궈온 사업 현장과 그 안의 사람들, 그리고 기관의 변화 노력을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일생을 알게 된다는 것을 그 삶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단지 거기까지였을 수도 있었는데 기관 이사에 대한 제의를 수락하면서 이제는 사회연대은행을 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모금 분야에서 일하면서 꽤 오랫동안 비영리법인의 이사 역할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왔었습니다. [21세기 NPO경영, 이렇게 하라]에서 토마스 울프 박사는 이사회가 '죽은 나뭇가지로 전락하는 문제(deadwood problem)'를 경고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비영리 이사의 역할이 기업의 이사처럼 경영과 관리, 이해관계자 소통에 대한 책무성이 꽤 높아야 하고 그 적절한 역할 수행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또 이사들에게 'Give! Get! (if not) Get out!(기부하고, 후원을 모아오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사임하시오)'을 요구해야 함을 농담처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이사의 역할을 잘 알면서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감당할 일 뿐이며 함께 하는 분들과 협력해서 답을 찾고자 합니다.
이제 사회연대은행에 접붙임이 되었으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온전한 한 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돌아가는 사정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펀드레이징이라는 특정 영역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니 그 분야에서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기관의 건강한 성장을 이뤄갈 수 있도록 여러 이해관계자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만드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난은 단지 잠시 부딪히는 시련 뿐 사람들의 희망과 삶의 기회를 꺾지는 못한다.'는 사회연대은행의 믿음을 이제 저의 믿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많은 이웃과 우리들의 날개 꺾인 천사들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이 우산이 되고 무지개가 되어 쾌청한 대한민국을 이뤄갈 수 있도록 함께 움직이면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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