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메트라이프 재단의 후원으로 “US- Korea Financial Health Learning Exchange”라는 이름의 해외 탐방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넘어서 미국에서 폭넓게 정의되고 활용되고 있는 재무건강(Financial Health)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미국 내에서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 재무건강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기관들을 방문하여 한국의 재무건강 분야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US- Korea Financial Health Learning Exchange” 해외탐방 연수 기간 중 인상 깊었던 4개 기관들을 소개합니다.
① 금융 포용을 넘어 재무건강(Financial Health)으로 : CFSI
②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새로운 소셜 디자인 및 소셜 임팩트 : idea42
③ 50년 저력의 마이크로파이낸싱 선도기관 : ACCION
④ 빈곤에 대항하는 새로운 길 : Mission Asset Fund
3. 50년 저력의 마이크로파이낸싱 선도기관 : ACCION
ACCION(us.accion.org)은 금융포용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꿈꾸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금융을 공급하고 그들의 소득증대, 자산증식,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하도록 전 세계 약 40여 개국과 협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비영리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입니다.
현재 ACCION을 통해서 5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대출 지원되었고, 미국 내에서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이러한 일자리를 통해서 약 2억5천만 달러 가량의 임금 소득 발생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ACCION의 대출 대상자 중 42%는 여성 자영업자이며, 60% 정도는 저소득 혹은 서민계층이고, 이들 중 대출지원 후 1년 이내 생존율은 약 96% 수준이라고 합니다. (2016년 기준)
연수단이 방문한 곳은 Accion East Coast의 뉴욕 로컬 사무실이었습니다. 이곳은 Accion U.S Network의 멤버로 보스턴, 잭슨빌, 올란도, 마이애미와 더불어 East Coast 지역의 자영업자 및 금융소외계층에게 1인당 5백 달러에서 25만 달러 규모의 금융공급과 경영코칭, 멘토링, 자원연계 등의 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뉴욕 사무실은 1991년 브룩클린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멕시코 이민자였던 해고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푸드 트럭과 관련해 5백 달러를 대출지원하고 신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약 25년 만에 이 여성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 현재 텍사스 지역으로 이주해 미국 내에서 2개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고, 4명의 자녀 중 2명을 대학에 보냈다고 합니다.
ACCION은 지역 내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 적극적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점수나 매출액을 갖는 대상자를 금융기관이 Accion으로 즉각적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합니다.
ACCION은 미국의 40개가 넘는 주에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15분이면 대출신청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각 지역마다 대출을 전담하는 랜딩팀이 따로 있어서 대출신청시 신청자의 현재 소득수준, 신용점수 등을 고려해서 대출액 및 이자율이 정해지며, 대출 이후에도 대출자 개인별 특성에 맞는 컨설팅, 교육연계 등의 자영업 역량강화 프로그램 및 개인의 신용형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지원 관련 정부부처와 연계된 대출상품도 취급하고 있으며, 이 상품은 25만 달러까지 대출을 할 수 있지만 은행과 비교해서 신용점수 등을 좀 더 호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미국의 3대 크레딧뷰로회사에 ACCION의 마이크로파이낸싱 대출상환 기록이 제공되어 금융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용점수 형성에 금융권의 거래이용실적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신용등급이라는 것이 대부분 금융권의 이용내역을 중심으로 점수화되고 있으며 그나마 최근 들어 일부 공과금 납부 내역 등의 대안적 정보가 신용점수 환산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입니다.
또 신용점수가 10등급으로 다시 등급화 되어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계층은 실질적으로 신용대출 등에 제약을 받아 2금융, 3금융에서 더 높은 거래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비영리기관인 ACCION의 대출거래 내역이 공식 크레딧뷰로에서 산출하는 신용점수에 금융기관처럼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얼마전 구글과 씨티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존 신용등급 외에 개인의 스마트폰에 남겨진 디지털 족적을 분석해서 개인의 신뢰도를 산출해 내는 대안신용평가모델과 플랫폼을 글로벌 회사인 Lenddo의 도움으로 구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기존 금융거래의 결과에서 나온 신용등급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적인 가점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사회연대은행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 저신용 계층 심사과정에서 나름대로의 호혜적인 기준을 하나 새롭게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시에 금융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근간인 신용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고, 사회의 각층이 협력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대안금융을 혹은 사회적금융을 표방하는 사회연대은행을 비롯한 여러 비영리기관 및 사회적경제조직의 향후 활동 방향성에 대해 큰 과제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안준상(사회연대은행 지원본부장)
※ 위 글의 이미지는 Accion east coast 2017 연차보고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