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영세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치열하게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더러는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휴업이나 폐업의 갈림길에 서기도 합니다. 특히 저소득 청년과 여성가장 사업주들은 더욱 어려운 여건에 놓이기 쉬운데요. 이들의 경영 문제 해결을 위해 사단법인 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은 JP모간과 함께 2017년부터 소상공인 지원사업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저소득 청년과 여성가장 소상공인에게 경영교육·컨설팅, 경영환경 개선자금을 제공해 스스로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2020년도 사업에서는 참여업체의 평균 매출액이 약 22% 상승하고 신규 고용도 창출되어 이 사업이 소상공인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2021년 한 해 동안 컨설턴트로서 참여업체의 상담을 담당했던 나다(nada) 이용욱 대표를 만나 프로젝트와 소상공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 소상공인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나다(nada) 이용욱 대표(왼쪽) >

Q. 산업디자인 회사 ‘나다’ 이용욱 대표님이 소상공인 컨설턴트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1인 기업 ‘나다’를 창업한 후 기획, 제작, 마케팅, CS, 세무, 채용 등 경영의 모든 과정을 몸소 경험하며 회사를 키워왔습니다. 저도 소자본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고 보니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공감이 되고, 그분들이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사업주로서 누구보다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2020년부터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소상공인의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문 컨설팅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경영·마케팅·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하셨는데요. 만나신 분들은 주로 어떤 문제점을 갖고 계셨나요?

다수의 사업주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을 보입니다. 매출이 떨어질수록 기존 방식을 고수한 채 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현 상황을 극복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객관화가 어렵다 보니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제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과 잘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매출이 줄거나 단골 고객이 떨어지면 나의 제품과 서비스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컨설팅 시 우선 그분들의 어려움에 공감해드리며 업체의 운영 방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수치가 적힌 서류를 들고 가봤자 현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눈 후 도움이 될 제안을 드리고 있어요.

Q. 대표님만의 컨설팅 목표와 컨설팅 시 강조하시는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현재는 업장마다 컨설팅 횟수가 모두 다른데요. 횟수에 상관없이 소상공인들이 컨설팅이 모두 끝난 후 혼자서도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온전한 ‘사업주’로서 사업체를 이끄시도록 독립을 돕는 거죠.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비용이 아까워서 혼자 모든 걸 진행하시려고 해요. 직접 배워서 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장님들의 시간이 곧 비용입니다. 따라서 여러 곳에서 지원해주는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지원금을 사용해 다양한 업체에 견적을 넣고 외주를 준 후, 그렇게 절약한 시간 동안 매출을 올릴 다른 방안을 시도하시도록 제안해요.

사장님의 인건비가 가장 비싸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인력 고용도 해볼까?’하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생겨요. 물론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저와 컨설팅을 진행하신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계세요.

Q. 많은 소상공인들이 경영·마케팅 컨설팅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디자인 컨설팅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쉬운데요. 디자인 컨설팅이 매출 확대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나요?

제품과 서비스의 ‘상품성’은 기본적으로 좋아야 합니다. 고객이 지불한 비용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지면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비슷하거나 높다면 재구매율이 올라갑니다. 재구매 이전에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필수적이에요. 좋은 상품이 좋은 디자인을 만나면 만족도가 높아진 고객은 그에 응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은 제품의 사용성에 끌리기보다 단순히 예뻐서, 가지고 싶어서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죠. 그 심리를 잘 파악해 ‘소비자 접점’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할 때는 주로 브랜딩, 패키지 디자인, 구매자의 사용성을 고려한 UX(사용자 경험)디자인 등에 대해 논의하며, BI(브랜드 정체성) 통일 방안을 제안해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디자인에 비용이 많이 들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패키지나 쇼핑백, 광고물의 디자인을 통합해 원가를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디자인 컨설팅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전 마진(제품의 실제 매출과 손익 분기 매출 사이의 차이)을 확보하고 매출을 높일 수 있습니다.

< 나다(nada) 이용욱 대표 >

Q.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 참여업체 중 컨설팅 이후의 성과가 돋보였던 사례를 들려주세요.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에 컨설팅을 진행했던 모든 소상공인들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 중 컨설팅 전후로 가장 변화가 컸던 두 곳이 생각납니다. 인형을 만드는 공예업체와 피부 미용실이었는데, 두 곳 모두 컨설팅 초기에는 매출이 저조해 사장님들의 사업 의지가 심각하게 떨어져 있었죠. 처음에는 앞이 캄캄해 의욕이 없었던 분들이 5개월의 컨설팅 기간 동안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되찾으셨습니다. 마지막 달에는 큰 매출 성장도 이루셨고 사업의 신규 방향성도 찾으셨습니다. 무엇보다 한결 밝아진 얼굴로 이제 희망이 보인다는 말씀을 하실 때 저도 덩달아 뿌듯함을 느꼈고 그분들이 앞으로 이루어낼 성과도 기대하게 되었어요.

Q. 2년에 걸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소상공인들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팁을 말씀해주세요.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연대은행, 소상공인진흥공단이나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업마당 등이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제공하고 있어요. 지금 당장 신청서를 작성하고 PPT 발표를 준비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이 제공하는 700만 원의 지원금을 내가 가진 상품과 서비스의 매출로 벌긴 쉽지 않아요. 지원금도 또 하나의 매출로 바라보고 지원사업에 열심히 참여해야 합니다. 지원금에 의존해서는 안 되지만 인건비, 임대료, 세무, 공간 등 여러 분야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을 확보해, 매출 증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Q. 사회연대은행과 JP모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상공인이 ‘희망’과 ‘실행력’을 가질 수 있게 해준 든든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참여업체들의 변화와 사장님들의 웃는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여러 사업 중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처럼 실질적인 지원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업주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활력을 찾아줄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어요. 소상공인들은 평소 막연하게 계획만 하던 다양한 방안들을 지원금을 활용해 직접 실현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컨설턴트가 매주, 매달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으며, 이는 실제 장단기 매출로 이어지기도 했죠.

지원금만으로 당장 사업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욱 늘어나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소상공인의 입장을 세심히 고려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회연대은행과 JP모간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와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우리동네 히든 히어로 프로젝트’ 참여를 망설이는 소상공인분들에게 본 사업을 추천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드릴지 여쭙겠습니다.

제가 사업을 시작했던 그 때로 돌아간다면 꼭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주변에도 많이 소개하고 있고요.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놀라웠던 건 사회연대은행과 한 번 연을 맺은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원받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사회연대은행 운영진과의 소통과 지원사업이 만족스럽다는 거겠죠? 이 인터뷰 내용을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미 많은 소상공인들과 만나온 사회연대은행은 노하우가 다져진 기관이니 고민하지 마시고 누구나 문을 두드려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