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이주여성극단 '샐러드' - '샐러드의 밤'

2009.05.28
이주여성극단 '샐러드' - '샐러드의 밤'
 
창업지원기금명 :   
글. 허미영 / 사업개발본부
 
지난 19일 강남 세일아트홀에서는 극단 ‘샐러드’가 준비한 ‘샐러드의 밤’을 통해 낯선 땅에서 문화적 차이로 좌충우돌하는 이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극단 ‘샐러드(무지개가개 799호점)'는 이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내국인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증진시키고자 이주여성들을 주축으로 창단한 이주여성전문극단이다.
샐러드라는 이름은 ‘뒤섞여 있어도 고유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다’는 ‘샐러드볼(Salad Bowl)'이란 말에서 따왔다.
2008년 11월 이주여성 연극모임에서 시작된 극단 ‘샐러드’ 는 이주 노동자의 고민과 애환을 담은 연극과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경주 대표는 “한국 사회가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왜곡돼 있다”며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가감없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샐러드 극단의 첫 무대였던 ‘샐러드의 밤’은 정식 공연에 앞서 그동안 격려해주고 관심을 보여준 분들에게 그간의 노력의 결실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로 공연 외에도 그간의 활동을 담은 미니영상다큐- ‘샐러드의 길’ 상영 및 이주여성 단원이 직접 쓴 연기워크숍 일기 낭독이 진행되었다.

공연은 이주여성들이 문화적 차이로 한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이주여성의 한국생활도전기』- <예심이 한국에서 아내, 며느리 되기>, <외국인 우리 엄마 학교 오는 날> 두 편이 이어졌다.
<예심이 한국에서 아내, 며느리 되기>는 터키 이주여성 예심이 시어머니가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수고했다며 엉덩이를 토닥이는 걸 보고 시아버지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등 한국에 와서 문화적 차이로 좌충우돌 하는 에피소드가 담겨있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외국인 우리 엄마 학교 오는 날>은 필리핀 이주여성 쟈스민이 아이의 성화로 급식 당번에 참여하기까지와 급식 당번으로 학교에 가서 겪는 일을 중심으로 가슴찡한 이야기가 전개됐다.

극단 ‘샐러드’는 창단 후 2009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연기워크숍을 진행 중이며 9월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극단 ‘샐러드’ 첫 공연에 다녀와서

정은경 (자유기고가)

다문화방송국 샐러드 TV (이하 샐러드TV)와 극단 샐러드의 공동주최로 5월 19일에 세일아트홀에서 ‘샐러드의 밤’이 열렸다. 샐러드TV는 모든 인간은 국적,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평등함을 원칙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다양성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상을 그려내고자 하는 언론사이다.
샐러드TV는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이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내국인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증진시키고자 이주여성들을 주축으로 한 샐러드 극단을 창단했다. 5월 19일 강남 세일아트홀에서 열린 ‘샐러드의 밤’은 샐러드 극단의 첫 무대였다.

비공개 초청으로 진행된 ‘샐러드의 밤’은 중국악기 알프 연주와 전통의상을 입은 몽골 여인의 경쾌한 춤사위로 시작되었다. 이어 최정의팔 이사장과 박경주 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최정의팔 이사장은 낯선 땅에서 아이 키우는 것만도 힘든데 정릉골짜기까지 연습을 하러 왔던 단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음과 동시에 이를 통해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박경주 대표 역시 샐러드 극단의 공연은 모두 이주여성 본인들의 에피소드를 모아 무대에 올리는 만큼 이들이 한국사회에 하고 싶어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8차에 걸친 워크숍과 공개오디션을 거쳐 정식 단원을 모집하는 등 샐러드 극단이 창단되기까지의 과정도 설명했다. 박 대표는 오는 9월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지방 공연으로 이어질 순회공연 등 샐러드 극단의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박 대표의 발언은 머지않아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배우로서, 한 명의 예술가로서 제 몫을 해나가는 이주여성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관객에게 심어주었다.

이어 왕대위 주한 중국 대사관 영사와 김경식 사회연대은행 사업본부장, 권이종 교원대 명예교수, 황완묵 KT 국제전화국 국장 등 대외 인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샐러드 TV에서 준비한 극단 홍보 영상 ‘샐러드의 길’과 단원 쟈스민의 연기워크숍 일기 낭독에 이어 드디어 ‘샐러드의 밤’ 본 공연의 막이 올랐다.

『이주여성의 한국 생활 도전기』- <예심이 한국에서 아내, 며느리 되기>, <외국인 우리 엄마 학교 오는 날> 두 편이 이어졌는데, <예심이 한국에서 아내, 며느리 되기>는 터키인인 예심이 한국에 와서 문화적 차이로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가 코믹하게 잘 드러났다. 여기에서 직장에서 돌아 온 남편한테 우리 아들 수고했다며,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시어머니를 목격한 이주여성 예심은 시아버지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관객은 폭소를 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모습이 문화적 차이 때문에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게 한 것이다.

 
<외국인 우리 엄마 학교 오는 날>에서는 필리핀 이주여성 쟈스민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학교급식을 할머니나, 삼촌이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가기를 망설이던 쟈스민은 “친구들에게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자랑했는데, 엄마가 오질 않아 거짓말쟁이가 됐다”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학교에 간다. 급식 당번이 된 쟈스민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 한다. 또 자신을 반겨주는 아이의 친구들을 만나 용기를 얻는다. 쟈스민은 ‘무사히’ 급식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내용은 간략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은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연극을 보고 ‘무사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관객이자 한국인인 나 자신이 아직도 ‘다름’ 때문에 다른 이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또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우들의 커튼콜로 공연이 막을 내리자 샐러드 극단의 안순화 단장이 내빈을 향해 “샐러드 극단이 한국인과 결혼한 각 국의 여성으로 구성된 극단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안 단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렇게 연극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가족 모두가 든든한 후원자가 된 덕분”이라며, 가족 모두에게 기립을 요청했다. 안순화 단장의 요청에 자리에서 일어난 가족들에게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가족들에게 보낸 이주여성 단원과 관객의 박수는 이 날 어느 누구에게 보낸 박수보다도 열렬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이민의 역사가 있다. 우리에게도 하와이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한 이민이 있었고, 1990년대 들어서 한국에 재외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출입국이 많아졌다. 이민이 정착이 되려면 이민자의 의지와 받아들이는 나라의 사회적․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그 나라의 국민이 이민자를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그런 마음가짐이 있기도 전에 노동력, 결혼 등의 필요에 의해 이민자들이 갑작스레 대거 밀려들어 온 듯하다.
서로 다름에서 오는 갈등과 배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주여성들이 주축인 극단 ‘샐러드’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샐러드 극단의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무대가 소수자라는 그리고 주변인이라는 이유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당당하게 제 목소리로 큰 몫을 해내길 기대한다.

샐러드 TV 홈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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