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창업 이야기] ②“끝없는 위기상황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 스프링샤인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기업 창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와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사회적기업가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사회적기업 창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안정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걸쳐 도움이 되는 <세상을 바꾸는 창업 이야기>를 6회에 걸쳐 격월로 연재합니다. |
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굿즈를 제작·판매하는 스프링샤인은 만 9년을 향해가는 인증 사회적기업입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한 차례의 폐업 위기와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시장성 모두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는 스프링샤인의 이야기를 김종수 대표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스프링샤인 김종수 대표>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곳
스프링샤인은 장애인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없애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이곳에서는 김종수 대표를 포함한 7명의 비장애인과 6명의 장애인 직원이 함께 어울려 근무하고 있습니다.
“예술영역에 재능과 소질이 있는 장애인 작가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교육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능이 있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학교를 졸업한 이후 취업이 안 돼 방치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스프링샤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 유형별, 성향별로 특성들이 정말 다양해요. 개인적 특성에서부터 그날의 컨디션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부분이에요.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별 특성과 강약점을 파악하고, 직원 분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어떻게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폐업 앞둔 예비 사회적기업에서 인증까지
스프링샤인은 사회적기업 창업이 생소하던 2012년 ‘달항아리’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경영상의 문제로 기업 설립 4년여 만에 폐업 위기에 이르렀는데요. 폐허 수준의 작업공간과 몇 명의 장애인 직원, 그리고 마이너스 통장이 남은 상황에서 김종수 대표는 이곳의 대표직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너무 열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표직 수락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래 했어요. 폐업처리를 하고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걸린 작품들과 장애인 예술가분들의 눈빛을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폐업처리를 하고 다시 기업을 세운다고 해도 그 시간동안 직원 분들은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경 김종수 대표는 달항아리의 대표직을 맡게 됐습니다. 그동안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는 기간만 1년 넘게 걸렸다고 하는데요. 법인명을 '달항아리'에서 ‘지노도예학교’로 바꾼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경영상의 문제와 사건들로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은 해지된 상태였습니다.
“제가 왔을 때는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어요. 쓰레기만 40톤이 나온 작업공간을 정리하면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한 행정 업무를 병행했어요. 인증 해지가 된 기업이 또 다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어려움이 따랐어요. 지난 문제들에 대해 소명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출한 끝에 2016년 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게 됐고, 지원이 시작되면서 숨통이 트였어요.”
<리모델링한 작업실 내부(사진제공 : 스프링샤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변화의 힘
이후 지노도예학교는 4년간 도자기 관련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2019년에는 사회연대은행에서 진행한 LG소셜캠퍼스의 소셜펠로우 9기로도 참여했습니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건 이쯤이라고 봐야죠. 처음부터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씩 수익을 내서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지원을 받아 인력을 늘려가는 식이었어요. LG소셜캠퍼스 지원은 작품 제작에 필요한 설비들을 재정비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는 ‘스프링샤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변화를 꾀했습니다. 기존 도자기 영역에서 예술 영역을 확장해 리브랜딩을 시도한 것입니다. 현재는 수공예 파트와 디자인 파트로 사업영역을 나누고 리브랜딩 이후 자리를 잡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도자기 영역은 구조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다행히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장애인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리브랜딩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올해에는 홍보 채널을 강화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그렇듯 스프링샤인 역시 계획한 사업에 차질을 겪고 있는데요. 사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김종수 대표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업을 온라인 영역에서 키우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채널 강화에 더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올해를 잘 버티면 내년에는 더 많은 기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회적기업 운영은 위기의 연속일지 모릅니다.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일부터 코로나19와 같이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위기상황에도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한발짝 나아가는 스프링샤인을 사회연대은행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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