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커피와 과자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발달장애인의 소중한 일터 - 다가치 온기마켓 펀딩 참여기업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 인터뷰

2022.04.11

사회연대은행은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네이버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에서 ()가치 온기마켓 펀딩 기획전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실시한 이번 펀딩에는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6개소가 참여했는데요.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그린 호랑이 그림을 인쇄한 철제 틴케이스 안에 청년들이 직접 만든 제과를 담은 포춘쿠키박스를 펀딩 제품으로 내놓은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은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성인기 발달장애인 11명이 근무하는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은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카페, 베이커리 작업장, 디자인팀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긴 추위가 끝나고 포근한 바람이 불던 봄날,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의 오금란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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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 오금란 이사장 >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 직종에서 일하던 오 이사장은 5살이던 큰 아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은 후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과 함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의기투합했습니다. 발달장애인부모회를 이끌면서 장애 자녀들과 그 부모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0년 동안 종자돈도 모아왔는데요. 지난 2017년 이 준비금을 활용해 장애 자녀의 일자리와 돌봄을 지원하는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이들을 위한 울타리를 뜻하는 동그라미를 조합한 기업명에는 장애 자녀에게 든든한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저희 조합의 목표예요. 발달장애인들은 보통 중학교 시절부터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교육을 받기 시작하는데, 특히 베이커리는 작업을 세분화시키기 좋은 수작업 공정들이 많아서 꾸준한 훈련을 통해 취업으로 연결시키기 좋은 직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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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커리 작업장에서 근무 중인 청년들 >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카페를 운영하던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2관에 입주해 베이커리 작업장과 디자인팀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만든 과자와 빵, 이들의 그림을 활용한 디자인 소품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갔는데요. 하지만 발달장애인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에는 수익의 규모가 충분치 않았습니다.

 

고정 매출이 계속 발생하는 베이커리 부문에서는 고용을 계속 늘린 반면, 디자인 소품의 수익금은 너무 적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청년들이 소액의 급여만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마침 열린 다가치 온기마켓 펀딩 기획전이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2022년을 맞아 청년들이 그려놓은 호랑이 그림을 포장 디자인으로 사용한 베이커리 제품을 선보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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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의 포춘쿠키 제품 >


평소 조합을 응원해준 이들에게 홍보하며 지인 찬스를 썼던 1차 펀딩과는 달리, 2차 펀딩에서는 조합의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한 서포트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오 이사장은 전했습니다. 그리고 제품 발송을 앞두고 작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배송과 안내가 늦어졌던 실수를 통해, 사회적기업이란 이유로 소비자에게 특별한 배려를 바라서는 안 되고 늘 기업의 신뢰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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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디자인팀 근무 청년들(왼쪽)과 청년들의 그림 작품들(오른쪽) >


디자인팀의 고용 창출 외에도 펀딩 자금을 사용하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오 이사장은 먼저 발달장애인의 미술 교육 현황을 들려주었습니다. 수준 높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지만, 학령기 이후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기관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조합이 외부 강사를 섭외해 진행하는 손그림 및 컴퓨터 드로잉 교육의 비용을 공모사업의 사업비로 충당하다 보니 정작 교육은 1년 중 3~4개월만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펀딩 자금을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해 더 많은 에이블아티스트(Able Artist,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발달장애인 작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펀딩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가치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조합은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일방적인 수혜를 입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나눔도 실천하는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탄탄한 자립 기반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펀딩 소감과 향후 계획을 밝힌 오 이사장과의 훈훈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발달장애인이 희망을 일굴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하기까지 파란동그라미사회적협동조합이 거쳐 왔을 지난한 과정들을 짐작해 보았습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의 꿋꿋한 미래를 그린 조합원들의 꿈과 청년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 있었기에 조합이 무사히 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는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소중한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착한 소비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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