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완성도 높은 문화 콘텐츠로 진주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끕니다 -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배경하 대표, 박영문 팀장 인터뷰

2024.07.03

유유히 흐르는 강가, 삼삼오오 청년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리드미컬한 비트의 음악 볼륨이 점점 높아집니다. 자전거에 설치된 디제잉 장비가 서서히 움직이고, 음악 비트를 발산하는 자전거를 따라 청년들이 각자의 속도로 걷기 시작합니다. 고즈넉한 강변을 다채로운 시청각적 재미가 넘치는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주체는 진주에서 활동하는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입니다.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는 문화를 통해 진주의 청년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생산하는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사회연대은행의 ‘지역 청년 지원사업’ 3기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배경하 대표와 박영문 팀장을 만나, 사업 전략과 지역 청년 활동가로서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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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배경하 대표, 박영문 팀장


Q.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배경하 대표  

안녕하세요.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이하 ‘지문콘’) 사회적협동조합의 대표 배경하입니다. 고향은 부산이고, 사회생활은 서울에서 했지만, 2015년에 결혼과 함께 진주로 내려와 살며 지문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진주는 내가 선택한 ‘애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족’ 같은 곳입니다. 처음 진주에 내려올 때 ‘진주에서 문화콘텐츠를 기획해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고, 우연과 필연이 쌓여 진주에 와서 일상에서 새로운 문화적 시도를 해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박영문 팀장

저는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고요, 대학 진학으로 2013년 진주로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진주는 조용한 곳도 있고, 북적거리는 곳에 가고 싶으면 그런 분이기도 즐길 수 있어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대표님과는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에서 만나서 협업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지문콘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현재 지문콘에서 팀장 역할을 맡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KOKO(코코)라는 이름으로 지역 내에서 디제잉 활동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요?

배경하 대표

지문콘은 문화콘텐츠 발굴을 통해서 지역 청년 유출 해결을 목표로 2021년에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청년들이 도시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자리, 사업 기회, 사회적 인프라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런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청년들이 대도시를 동경하고, 지역에 남아있는 청년들이 패배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문화콘텐츠의 부재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지역을 여행하며 지역을 재발견해 보는 ‘동청동행(동네 청년 동네 여행기)’, 지역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역에 대한 글을 써서 에세이로 출간하는 프로젝트인 ‘메모리언(메모하는 에일리언)’, 농장의 휴지기를 활용하여 지역 농장에서 펼쳐지는 피크닉 프로그램인 ‘너와, 팜크닉’ 등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획,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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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경하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Q. ‘진주는 내가 선택한 애인 같은 곳이 아닌,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족 같은 지역이다’ 말에서 지역 삶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과 애착이 느껴집니다. 진주에서 문화기획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배경하 대표

제게 진주는 내 삶의 터전이고, 내 아이가 앞으로 자라날 곳이에요. 진주의 경우, 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겼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 사람들이 계속 진주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 이유를 문화적인 경험이나 삶의 질적인 영역이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제 아이들의 경우에도, 문화 체험을 하기 위해 창원이나 부산에 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주 안에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해보자고 뛰어들었죠.


박영문 팀장

대학 때 40여 명 되는 주위 친구 중에 지금 진주에 남아있는 친구는 저를 포함해서 4-5명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타지에서 왔지만 여기서 계속 살고 싶은데, 다른 친구들은 이곳을 나가고 싶어 하더라고요. 제가 디제잉을 하고 있어서, 음악 파티를 해보자고 제안하면 주위 친구들이 ‘진주에서 뭐 그런 걸 하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지역에 대한 모종의 열등감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저는 진주에서 사는 게 좋고 앞으로도 살고 싶기 때문에, 이 안에서 즐겁고 다양한 문화를 생산하는 일을 궁리하고 실행해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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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영문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팀장


Q. 어떤 계기로 지문콘을 설립하게 되었나요?

배경하 대표

‘회사’라는 틀을 잡기 전부터 지역 소상공인 프리마켓 브랜드인 ‘너와,마켓’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었어요. 지역 공공주거지역, 주택지 인근 공원 등에서 소상공인과 지역민을 잇는 마켓을 목표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문화 체험과 공연도 같이 진행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오던 중에,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신 분들이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더 이상 모임이나 단체가 아닌,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사업화하기 위해서 지문콘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다양한 유형 중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경하 대표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돈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닌, 비전을 달성하는 회사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게도, 주위에서 저희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높게 평가를 해주셔서 회사가 급속 성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협동조합 형태가 조금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들도 있었지만, 가치지향적인 뚜렷한 목적을 뒷받침하는 조직 체계로서 장점이 있어서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Q. 문화공유경제 플랫폼 ‘너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요? 

박영문 팀장

문화공유경제 플랫폼 ‘너와’는 지역의 유휴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모든 문화 이벤트를 지문콘에서 기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와 문화 이벤트를 열기 원하는 주체를 연결해 주어 자생적으로 문화  이벤트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0개 공간의 소개 영상을 제작해 다양한 시도를 원하는 주체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향후에는 지문콘이 이 공간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Q. 사회연대은행의 ‘지역 청년 지원사업’을 신청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배경하 대표

사실, 작년 초여름에는 지문콘 구성원들이 ‘해야되는 일’에 지쳐가던 시기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는 시간을 갖기에는 회사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고, 회사의 성장 속도를 백업하느라 구성원 모두 바빴어요. Boost Your Local 사업은 ‘우리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던 중에 알게 됐어요. ‘해야만 하는 사업’이 아니라 ‘정말 우리가 해보고 싶은 재미있는 기획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Q. ‘로컬디제잉’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사업이군요. 디제잉을 통해 진주에 어떤 파장을 내고 싶은가요? 

박영문 팀장

‘디제잉’은 많은 부정적인 시선과 선입견이 있는 분야이지만, 디제잉의 본질은 클럽이나 유흥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어떤 공간이든지 음악을 통해 다른 시공간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제잉을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음악 연출을 직접 해보는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새로운 지역문화콘텐츠 장르로써 청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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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컬디제이 교육과정(사진 제공=지문콘)


Q. 디제잉에 참여한 분들의 반응과 만족도는 어떤가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박영문 팀장

2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8주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애초에 목표한 로컬디제이 10명 양성을 초과해서 12명의 로컬디제이가 양성되었습니다. 함안, 사천 등 다양한 곳에서 오신 분들, 대학생, 간호사, 책방 사장님 등의 다양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참여했어요. 단순히 양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디제이분들이 자생적으로 활동할 토대를 쌓는 것이 목표인 만큼, 로컬디제이분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크루 활동을 적극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8명이 ‘코코팜’이라는 디제이 크루를 형성해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로컬 파티를 기획하는 등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지문콘도 코코팜 크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서 지역에 디제잉 파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할 계획입니다.


Q. 특별히 의미가 컸던 활동과 성과는 무엇인가요?

배경하 대표

단연코 지난 4월 말에 진행된 ‘싸리워크(사운드 리버 워크)’가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싸리워크는 진주의 대표적인 지역 자원인 ‘남강’에서 자전거에 디제잉 장비를 싣고 로컬 디제이들이 디제잉을 하고, 140여 명의 참가자들이 따라 걸으면서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 행사입니다. 싸리워크에는 지역 청년 20명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함께했어요. 


박영문 팀장

싸리워크는 ‘강’이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청년들이 문화로 놀 수 있는 행사로, 남강과 유사한 지형을 가진 곳이라면 어디서든 펼칠 수 있도록 개발한 사업입니다. 물론, 진주에서는 남강이 만들어낸 풍광이 프로그램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고 있고요. 싸리워크는 다른 지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과 개성을 담는 문화 이벤트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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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싸리워크 현장(사진 제공=지문콘)


Q. 진주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들, 도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배경하 대표

사실 진주에서 활동하면서 저희가 가장 극복하고 싶고, 도전하는 부분은 ‘진주다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사업을 소개하다 보면 ‘그런데 그걸 왜 진주에서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물론, 진주 고유 것을 찾고 연결해서 마치 진주에서만 가능한 시도인 척할 수 있겠지만, 저희 지문콘은 그런 억지스러운 결합을 지양하고, 진주에서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 진주에서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잘’, ‘멋있게’,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박영문 팀장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POP 열풍’을 떠올릴 때, 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 문화 코드의 생산과 높은 완성도에서 성공 동력을 찾지, ‘한국적인 것’에 성공 포인트가 있다고 강조하지 않잖아요. 저희도 ‘진주여서 성공한 콘텐츠’가 아닌 ‘성공한 진주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진주 지역의 청년 활동 활성화를 위해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배경하 대표

일반적으로 청년 이탈을 막기 위해 인적자원이나 물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저희 생각에 진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의식’인 것 같아요. 지역 소멸이나, 지역의 청년인구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 중인 지역은 시기적으로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청년 인구 소멸이 진행되면 더 큰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사회연대은행의 ‘지역 청년 지원사업’은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배경하 대표

저희에게 사회연대은행의 지역 청년 지원사업은 ‘스무 살 대학교 첫 등교 날 아빠가 손에 쥐어준 용돈’ 같은 존재였습니다. 단순한 지원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응원이 담겨있는 지원, 새로운 도전에 배경이 되는 든든한 존재로서 의미가 큽니다. 누군가가 ‘그래. 잘하고 있어. 계속 해 봐!’ 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단순한 지원 주체와 객체의 입장이 아닌 진정한 연대에서 오는 응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해주는 사업이었습니다. 


Q. 지문콘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배경하 대표

청년 문제를 다룰 때, 진주와 같은 도시형 지역에서는 ‘자연’, ‘쉼’과 같은 ‘리틀 포레스트’ 적인 삶을 담론화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적인 삶의 역동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주는 즐거움에 방점을 둔 콘텐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문콘은 젊은 친구들이 ‘다른 지방 안 가도 우리한테 이런 재밌는 게 있네’라며 진주에서 삶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역 소멸 문제는 지문콘 혼자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반드시 성공해서 같이 극복할 수 있는 동반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회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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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 ‘싸리워크’ 스태프(사진 제공=지문콘)


지역 청년 활동가로서 지역의 특수성이 아닌 보편 통용되는 문화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지는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행보에서 문화기획자로서 자신감과 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가 펼쳐낸 다채롭고 새롭고 기발한 문화콘텐츠가 진주를 넘어 글로벌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영상을 그리게 됩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지역 청년과 함께 지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의 도전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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