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모퉁이에서 하이파이브를 만났습니다 - HSBC 하이파이브 배수현 참여자 인터뷰

2024.07.30

열여덟 살 수현님(가명, 남자)은 12년 가까이 지낸 시설 퇴소를 앞두고 사회연대은행의 HSBC 하이파이브를 함께 하며 세상으로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새싹 마을’이라는 팀명을 제안하며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현님의 자립 이야기가 궁금하여 만남을 청했습니다. 차근히 자립을 준비해 나가는 수현님을 만나 요즘 일상과 내일의 꿈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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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SBC 하이파이브 워크숍 현장


하이파이브(High-Five)는 시설 퇴소를 준비하는 만 17세~18세의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사회연대은행과 HSBC가 2019년부터 시작한 사업입니다. 하이파이브는 돈 관리에서부터 식사, 일상생활, 비전, 지역사회자원 활용, 주거 등 자립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설 퇴소를 앞둔 청소년 및 청년들의 심리적,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하이파이브 사업에서는 자립을 앞둔 청소년 23명(3기)과 청년 7명(2기)이 참여했습니다. 3기 참가자들은 자립 준비 교육 및 자립준비금 등을 지원받으며, 2기는 자립 심화 교육 및 당사자 네트워킹 활동, 자산형성 매칭지원금 등을 지원받으며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귀찮음 보다는 꿈을 향해 새롭게 시작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기쁨에 움직였던 것 같아요” 

HSBC 하이파이브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수현님 마음에는 매번 작은 설레임이 함께했습니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하이파이브에 참여해온 수현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시설을 나오기 전, 주거 공간도 마련하여 독립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하이파이브에서 만난 친구들, 선배들, 멘토 등 새로운 지인이 생겨난 일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수현님에게 HSBC 하이파이브에서 배운 통장 관리법은 일상에서 제일 많이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창업의 꿈과 자립을 위해 급여 통장, 비상금 통장, 적금 등 적은 돈이라도 목적을 갖고 꾸준히 계획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계부 앱도 꼬박꼬박 챙기며 생활비 지출 패턴을 살피는 데에도 적극적입니다. 

“시설 근처에 공사 중인 오피스텔 건물을 보며, 저기서 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그런데 LH 지원을 받아 완공된 오피스텔에서 살 수 있게 됐어요.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며 차창으로 내가 살 집이 보이는데, 문득 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될지 실감이 안 났어요.” 

수현님은 하이파이브에서 주거 교육을 들으며 주거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도 얻고 주거 공간을 찾기 위한 방법을 학습하고 나서, 팀원들과 함께 부동산 투어를 다니며 계약하기를 실습하기도 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연습한 내용을 실전에 옮기며 드디어 원하는 주거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독립 초반에는 집에 들어오면 너무 허전하고 이상했어요. 근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내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시설에서는 자립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선생님들이 있었지만, 세상에 나오니 나 혼자만 있다는 느낌에 두렵기도 했습니다. 수현님은 이제까지 시설에서 6~7명이 한방에서 지내며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살았는데, 밤에 조용한 곳에 혼자 있는 느낌이 너무 이상해 3일 동안 잠을 청하지 못했다며 독립 초기 낯선 순간에 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LH 전세 지원으로 마련한 원룸은 수현님에게 그 어떤 곳보다도 편안한 삶터입니다.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내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심리적인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시설을 나가기 전에 느꼈던 막막함은 조금씩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어 갑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집을 꾸미는 쏠쏠한 재미도 누리고 있습니다. 카페 창업하는 날을 그리며 한쪽 벽을 카페 메뉴판으로 장식하고 틈틈이 모은 돈으로 커피 추출기도 설치했습니다.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여 난생 처음으로 요리를 해보게 되었다는 수현님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시설에서 지내는 동생들을 집으로 데려와 손수 만든 음식으로 함께 밥을 먹고, 종종 친구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귀가하여 청소하는 일을 루틴으로 하는 수현님의 일상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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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고, 조리 실습하는 수현님


“시설에서 나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시설에 있을 때는 선생님들이 주민센터에 가면 어디에 가서 뭐부터 해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데, 자립하고 혼자 주민센터에 가니 뭘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돼서 그냥 멀뚱히 서 있었던 기억이 나요. 내 옆에 상의하거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수현님은 선택의 순간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함을 실감할 때 마다, 자립 이전과 이후의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한 삶의 전환기에 만난 사람들, 멘토, 3기 친구들, 2기 선배들 등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은 수현님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이끌어준 존재들입니다. 

“지원 사업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어요. 어떻게 인사할지, 어떻게 친해지면 좋을지 걱정 반에 기대 반이었어요. 나이 많은 형들이 많겠지, 하면서 서울에 갔는데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편하기도 했고, 2기 선배들한테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어요. 멘토님도 종종 연락하셔서 근황을 물어보시고 많이 챙겨주셔서 고마웠어요.” 

처음 사업에 참여하여 긴장도 많이 하고 두려움이 있었지만, 또래 자립준비청년 친구들과 만남은 수현님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각자 상황은 다르지만 ‘자립 준비’라는 공통 요소로 만난 친구들이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고 마음이 편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수현님은 서울에서 먼 거리에 살고 있어서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서 아쉽지만, 주 2~3회 연락하며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기쁘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종 주말에 어떻게 지내냐며 근황을 물어오는 멘토님은 수현님에게 일상의 문제를 상의하고 기댈 수 있는 어른입니다. 

주거, 인간관계 등 일상의 안정을 찾아가며, 진로에 대한 준비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때 반려동물과 소통하고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반려동물 전문가로서 꿈을 갖게 되었다는 수현님은 반려동물 카페 창업의 꿈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 전공으로 호텔 조리학을 선택한 것 역시, 바리스타로서 반려동물 디저트 카페를 창업하기 위함입니다. 

“조리 실습이 끝나면, 저는 따로 남아서 남은 재료로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요. 옆에 반려동물 학과의 협조를 얻어서 동물한테 시식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는 후기를 들어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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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현님이 만든 반려동물 수제 간식


반려동물 디저트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 실력을 쌓고 있는 수현님은 이미 바리스타 자격증,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놓은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훈련사 자격증과 주류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현님에게 설렘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책 만드는 작업 덕분이라고 합니다. 늦은 밤 손수 내린 커피 향을 맡으며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수현님은 시와 에세이 형식으로 반려동물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이파이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때 만난 선배들이 어떻게 사는지,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언을 해준 게 참 많은 도움이 됐어요. 어떤 선배가 사진을 좋아해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방에 꾸몄다고 이야기 해줬는데,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저도 집을 바리스타 공간으로 꾸미게 됐어요. 연속 사업에 참여해서 저도 4기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수현님은 대학에 합격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는 생각에 눈물 나며 웃었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오늘은 행복, 내일은 설렘’이라고 빙그레 미소 지었습니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길모퉁이에서 수현님과 만남이 참 반갑고 앞으로 써나갈 성장 스토리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앞으로도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새 삶의 가능성을 꿈꾸고, 함께 만들어가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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