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비영리활동가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정란아 지리산이음 이사 인터뷰

2025.01.24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Edge)(이하 ‘엣지’)는 비영리 조직과 활동가 전문교육기관 설립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사회연대은행은 2023년부터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엣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 연속지원 단체로 선정된 엣지의 공동창립자이자 총괄기획자인 정란아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이사를 만나 엣지의 도전과 성장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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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란아 지리산이음 이사



“활동가의 통찰력이 사회 변화의 방향과 깊이를 결정합니다. 사회 변화를 끌어내고자 각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지리산에 모였는데, 묻어두었던 고민, 활동가로서 비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며 엣지의 역할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정란아 이사의 첫 마디에서 엣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납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를 운영할 때부터, 활동가들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해 온 정란아 이사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조양호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연구소장과 함께 비영리활동가학교 설립을 구상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 사회연대은행의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은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설립을 구체화 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엣지 설립을 구상한 배경에는 한국의 비영리단체가 처한 열악한 상황과 급변하는 사회 속 활동가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자리합니다. 정란아 이사는 한국의 시민 운동이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대학을 비롯하여 사회과학 서적이나 세미나, 토론을 통해 동료들을 만나고 함께 사회를 분석하는 눈을 키울 기회가 많았지만, 현재 활동가들의 상황은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실무에 치여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발전을 따라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쉽게 소진되거나 활동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을 하기도 하고요. 설문 응답을 보면 '자기 성장이 확인되지 않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때'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활동가 중심, 단계별 커리큘럼


그렇기에 엣지의 교육은 단순한 실무 역량 강화가 아닌,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커리큘럼을 위해, 정규과정을 변화도전학과(신입 활동가), 변화전략학과(중견 활동가), 변화리더십학과(현직 리더 및 예비 리더)로 세분화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의 활동 반경이 열려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고립되어 있어요. 서너 명이 있는 작은 조직일 경우, 시스템을 만들기도 어렵고, 누군가와 논의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아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동질감과 발언하는 데 안전함을 느끼는 것은 솔직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내며, 이는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로 연결됩니다. “프로그램 막판에 눈물바다가 됐다”라는 정란아 이사의 이야기 속에서 엣지 교육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커리큘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 전문가 그룹이 서울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만나고 싶었던 전문 강사들과 지역에서 직접 만나 상호작용하는 점 또한 만족도가 높고요.”


중견 활동가를 위한 변화전략학과의 경우, 성과관리와 메시지 관리 교육을 통해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난 동기들과는 평생 갈 것 같다’고 말하는 참여자들이 늘어가는 만큼, 엣지는 다양한 활동가들이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며 지지 그룹을 형성하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장이 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부터 두 달 동안 매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온라인 통합 과정인 ‘엣지ON’에는 500여 명의 비영리 활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심화 과정으로 진행된 지리산 오프라인 정규수업을 통해 활동가 교육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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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엣지 오프라인 교육 현장(제공=엣지)



지리산, 변화의 요람이 되다


"산이 둘러쳐져 있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둘레 안에 마을이 딱 자리 잡고 있어요. 진입하면 푸근함이 느껴지죠. 지리산은 귀촌 인구가 많아서 문화적으로도 이질감이 적은 점이 활동가들에게는 편안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엣지는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소속 11개의 지원조직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협의체로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지리산이음이 엣지의 운영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이 진행되는 지리산이음의 ‘들썩’은 활동가들이 열린 마음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정란아 이사는 공동 부엌, 회의실, 쉼터, 무대까지 갖추고 있는 들썩은 활동가들의 쉼터이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서 엣지의 철학을 구현하는데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소개합니다. ‘지리산 오지’라는 접근성의 문제는 활동가에게는 재충전의 기회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가치가 전환됩니다.


또한 지리산 오프라인 교육은 모든 인프라가 집중해 있는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활동가들의 반경에 새로운 점, 선, 면을 만드는 실천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엣지가 전국에 11개의 협력 기관과 함께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정란아 이사는 지리산 외의 다른 지역으로 교육 공간 협력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엣지의 도전은 계속된다 


"활동가 전문교육기관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나아가 비영리 일자리 플랫폼을 만들어 활동가들의 진로와 전망을 넓히고 싶어요. 한국의 비영리 영역의 일자리가 취약하고 처우가 열악한 건 사실이지만, 활동가들의 전문성은 결코 낮지 않거든요."


채용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해외 비영리 채용 시스템을 설명하며, 정란아 이사는 엣지를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비영리 활동가 종합 지원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비전을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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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란아 이사



활동가 교육기관을 넘어 한국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포부 가득한 그 첫걸음에 사회연대은행이 디딤돌로 함께 하고 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엣지의 도전이 비영리 영역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내길 기대하며, 사회연대은행은 엣지의 더 높은 비상을 지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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