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제천 청년들, 유쾌한 작당을 시작합니다! - 유스토피아 남정현 대표 인터뷰

2023.08.31

청풍명월의 본향으로 알려진 제천. 그곳에서 청년들을 모으며 함께 재미난 일을 벌이고 있는 청년 단체 ‘유스토피아’를 만났습니다. 유스토피아는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의 2022 Boost Your Local - 지역 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천에는 의림지가 있고, 그리고 유스토피아가 있다!’ 라고 유쾌한 소개로 인터뷰를 열어준 유스토피아 남정현 대표. 그와 함께 청년으로서 경험한 제천 살이의 의미와 가능성, 청년 단체로서 유스토피아가 꿈꾸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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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스토피아 공간에서 만난 남정현 대표



Q. 유스토피아는 어떤 곳인가요? 

한마디로, 제천에서 청년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주위 친구들이 제천을 떠나는 게 아쉬워서 모인 팀입니다. 청년인 우리가 제천에 살기위해서 과연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직접 발로 뛰며 의견을 모아보자며 시작하게 됐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저희에게 제일 중요한 일은 제천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계속적으로 표출하는 거예요. 작년에는 매달 청년들이 있는 장소로 나가서 소통 창구를 운영했어요. 그때 거리에서 500명 정도의 청년들을 만나 의견을 모았습니다. ‘청년, 까놓고 토크’라는 제목으로 시장님과 제천시 관계자들을 초대해서 청년 현안 토크 콘서트도 열었고요. 어려움이 많지만, 제천시와 충북도청 등 지방자치와 공공기관에 청년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관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는 충청북도 산하 청년기구인 ‘청년광장’에서 북부권 북부장을 맡아서 전국의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제천 내 청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정리 클래스, 명상, 미술 등 매월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제천 청년 축제도 기획하고 있고요. 지역에서 청년들을 만나보면, 정보를 몰라서 참여를 못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청년 소식이면 무조건 공유한답니다! 



Q. 청년들을 어떻게 모으나요? 

저희는 실제로 현수막과 테이블을 펴놓고 지나가는 청년들을 만나요. 길에서 청년들을 만나다보니 처음에는 종교단체나 보험회사로 의심도 많이 받았어요(웃음).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저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고요. 신뢰 형성 면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함께 가야한다고 봐요. 

그리고 청년들이 실제로 무엇을 즐기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적으로 니즈를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모임을 통해서 어떤 니즈가 충족되어야만 지속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즐거워야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가입서를 쓰지 않습니다. 그냥 이 공간에 와서 놀고 가라고해요. 그러다가 이 친구들이 몇 번 와서 놀다가 재미있어하면 그때서야 가입서를 작성할지 정중하게 물어봅니다.(웃음) 무엇보다도 청년들의 니즈를 찾아내고 프로그램에 녹여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요즘 유행인 술 제조 클래스를 열 때도 ‘혼술’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고, 캐리커처 클래스도 ‘3초 만에 그린다’ 같이 청년들의 반응을 보며 찾아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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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위) 유스토피아 문화 프로그램 진행 현장(사진 제공_유스토피아)

(사진_아래 왼쪽) 유스토피아 문화 프로그램 진행 현장(사진 제공_유스토피아)

(사진_아래 오른쪽) 참여한 청년들의 작품, ‘청년 25명의 고뇌’(사진 제공_유스토피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대학 때 제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남정현 대표. 문득 제천의 어떤 매력이 남정현 대표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Q. 서울에서 다시 제천으로 오게 된 연유가 무엇인가요?

서울에서는 이웃이란 개념 없이 지내고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는 건조함이 이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서울살이가 몸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제천 삶에는 다정다감함이 있어요. 만나서 밥 먹고 있으면 누가 와서 계산해주고 가기도하고. 그런 문화가 정감이 갑니다.두 번째는 제천에서 누리는 느슨한 삶의 패턴이 좋아요. 도심에서는 대부분의 동선이 건물에서 건물 혹은 지하에서 건물로 움직이잖아요. 근데 여기에서는 순간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면 자연이  있어요. 어제도 구름이 너무 예뻐서 깜작 놀랐습니다. 그 느슨한 풍경들이 제 삶을 여유롭게 만듭니다. 그런 여유는 금전적인 것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에요. 



Q. 청년이란 키워드로 볼 때 제천은 어떤 곳인가요? 

지역을 떠올릴 때 주로 인구 유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제천은 오히려 유입이 쉬운 조건을 갖춘 곳이에요. KTX로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제천은 오도이촌이라는 요즘의 트렌드(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지역에서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에요. 저는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청년들이 모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양양이나 강릉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그 이유는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모일꺼리’,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에요. 제천에는 아직 대표할만한 문화 콘텐츠가 없지만 접근성이 좋고 의림지, 청풍호 등 콘텐츠로 개발 가능한 자원이 있어요. 느슨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Q. 제천에서 청년 사업을 하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가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올해 3월에 제천에 청년센터가 생기기로 했는데 계획이 무산되어 아쉽습니다. 언제까지 지자체의 지원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서 이 공간을 마련했어요. 재미있는 게, 친구들이 여기 모이면 늦게까지 머물고 싶어 해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하는 게 없어도 이렇게 모여 있는 것 자체가 즐겁거든요. 청년센터를 다시 만든다는 소식이 있지만, 생겨난다고 해도 실제로 청년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듭니다. 현재 전국에 공공기관 건물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공유룸 플랫폼이 있는데, 거기도 9시부터 6시까지 운영해요. 일하는 청년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이죠. 운영 시간이나 운영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그간에 했던 활동 중에서 특별히 의미 있었던 활동이나 성과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온오프라인으로 제천의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 장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아요.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함께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반갑고요. 초반에는 인원 모으는 게 걱정이었는데, 요새는 너무 빨리 마감이 돼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친구들과 만날지 궁리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CHAT GPT를 활용하여 60명의 모임 참여자들에게 새 이름을 만들어준 일이 기억에 남는데요, 제천은 아직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청년들이 처음 만나면 서로 학교를 묻고 그 다음에는 부모님에 대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한 사람 건너면 다 아는 관계인 거죠. 학교와 가족관계를 물어보지 않는 모임을 만들고 싶어서, 새 이름을 붙여주고 공통의 관심사로 그룹을 나누었는데, 꽤나 반응이 좋았어요. 새로운 모임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큽니다.  



Q. 유스토피아의 올해 목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천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DB를 구축해보는 거예요. 행안부 조사에 의하면 제천에 2만 7천 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실제로 거리로 나가서 부딪혀 보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1만 명 미만 정도의 청년들이 제천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만난 청년들을 통해서 제천의 청년 DB를 구축해서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친구들과 다양한 채널로 소식을 공유하고 만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지역 상생의 개념으로 청년 소상공인 맵을 구축하고 있는데, 청년 소상공인 가게를 모아서 QR코드를 생성하고 테마별로 동선을 엮는 등 방문 추천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같은 업종의 가게가 많아지면 서로 악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며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요.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많아지면 문화가 형성되고 도장 깨기 방식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봐요. 



Q. 사회연대은행 지원 사업은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처음에 운영비와 지원금 없이 활동을 하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도 많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상한 단체로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사회연대은행을 만난 것이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지원받은 사업비로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삼성생명, 행정안전부가 함께하는 사업이니 일종의 공신력이 생기는 거죠. 저희 같은 지역 청년들이 지방정부나 단체와 일을 할 때, 믿을 만한 단체임을 증명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사회연대은행 사업에 참여한 이력이 협상력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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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정현 유스토피아 대표(사진 제공_유스토피아)



마당에서 딸기를 수확하는 일, 수확한 작물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기는 만찬 등 제천에서의 일상을 소개하는 남정현 대표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습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저는 다른 것은 없어요. 제천에 놀멍 쉬멍 재미난 일상을 누리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것이 목표에요. 소박하죠?”라며 간단히 답하는 남정현 대표. 그 담백한 말속에서 여유와 단단함이 느껴졌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새로운 지역에서 삶의 가능성을 꿈꾸고, 그 가능성을 구체적인 삶으로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그 도전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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