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유유자적한 청년들의 바쁜 ‘안동살이’를 소개합니다 -비영리 단체 ‘유유자적’ 인터뷰

2023.10.23

안동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비영리 단체 ‘유유자적’은 2022년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의 지역 청년 지원사업에 참가한 안동 지역의 비영리 단체입니다. 안동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예끼마을에 새롭게 활동 터전을 마련한 유유자적. 유아란 대표, 최소영 활동가, 손혜영 활동가를 만나 안동살이와 청년 활동가로서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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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유자적 팀. 왼쪽부터 최소영 활동가, 손혜영 활동가, 유아란 대표


Q.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아란 

저는 비영리 단체인 ‘유유자적’과 주식회사 ‘안동 온 사람들’의 대표를 맡고 있고요,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2년 6개월 전 안동으로 오게 됐어요. 현재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안동에서 할 수 있는 사업적인 기반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소영

저는 유유자적의 ‘뿌리깊은마을- 하회마을 두 달 살기’ 프로그램 참가자로 활동했고, 현재 기념품 사업 창업을 준비하며 안동 정착을 계획하고 있어요. 안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젊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현재는 고향인 충주와 안동을 오가며 지내고 있고요. 


손혜영

저는 경상북도 영천에서 왔는데요, 고향에서 지역과 연계한 구술 아카이브 작업을 하다가 대표님을 통해서 예끼마을 알게되어 안동에 오게 되었어요. 현재 예끼마을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안동에서 활동하게 되었나요? 

유아란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마을’이라는 단위는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최소한의 단위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행복한 마을을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아란제국’이라는 청년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안동 ‘하회마을’이 고향인 친구를 알게 돼 방문했는데, 돌아와서도 안동의 더 많은 장소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틈날 때마다 안동에 내려와 2, 3주씩 지냈는데, 관광지도 많고 특산품, 먹거리가 많은 안동의 독특한 전통문화가 흥미로웠어요. 이런 지역 자원을 활용하면 지역도 성장하고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예감에 아란제국 친구들을 설득해서 같이 안동에 내려오게 됐죠. 


최소영

저는 충주가 고향인데 서울에서 9년 동안 살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본가로 돌아와서 휴식기를 가졌어요. 평소에 한국의 고전적인 미와 전통에 관심이 있었는데, 하회마을 두 달 살이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참가 신청을 했어요. 

다행히 안동살이가 잘 맞았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기념품 사업 기획도 즐겁게 했구요. 프로그램이 끝나고는 안동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길로 다시 트렁크 끌고 왔지요.(웃음) 최근에 ‘안동 청년 창업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됐는데, 그렇게 물 흐르듯 안동과 접점이 생겼어요. 



Q. ‘청년과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유아란 

처음에 전통과 청년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청년들한테 전통은 어떤 면에서는 외국 문화보다도 더 이질적이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거든요. 청년들이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은 이국적이고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면이 있는데, 전통의 낯설고 이질적인 부분을 새로운 문화 체험의 가능성으로 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에게 전통은 책임지고 승계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전통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그러한 방식이라면 전통과 청년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점에서 경주와 같은 왕궁 유적이 아닌, 생활 유적 중심의 안동은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찾는 저희에게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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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회마을 두달살이(유유자적 사진 제공)



Q. 하회마을에 이어 새롭게 활동하는 예끼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유아란

예끼마을은 원래 서부리라는 지명을 가지고 있었어요. 서부리는 6천 명의 인구가 있을 정도로 큰 읍소재지였는데, 1970년대 산업화를 겪으면서 마을에 안동댐이 들어서서 수몰 지구가 생겨났어요. 군사정부 시절이어서 보상도 못 받고 강제로 쫓겨났는데, 마을 사람들은 부모님의 묘, 텃밭, 논이 있는 이곳을 떠날 수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해발고도 200m 위 언덕에 지은 마을이 이곳, 예끼마을이에요. 

‘예끼마을’ 이라는 이름은 2014년도에 한 예술가가 마을의 아픔을 예술로서 승화시켜 보자는 취지로 만들게 되었다고 해요. 안타까운 것은 마을지원사업으로 예술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데, 이후에 예술가들이 머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지속되지 않아서 예술 인프라는 있지만 예술가는 없는 마을이 돼버린 거에요. 

그래서 저는 이 예끼마을을 ‘세상에서 가장 큰 도화지’라고 표현해요. 종종 ‘왜 안동 시내에서 활동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좀 더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곳은 시내가 아닌 변두리 촌락 지역이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Q. 그러면 ‘예끼마을’ 이란 도화지를 어떻게 그려나가고 싶나요?

유아란

일종의 나라를 그리고 있어요. 마을은 나라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마을 안에 다양한 기반이 갖춰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부분도 충족이 돼야겠고 문화적인 풍요로움도 있어야겠고요. 마을의 교육, 복지도 잘 구축하고 싶어요. 나라에는 경제부, 문화부, 교육부 등의 역할을 헌법에서 정해놓고 있잖아요? 저희 명함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는 총리, 교육부 장관 등 서로를 직함으로 부르고 있어요. (웃음) 

우리가 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상상하며, 행정, 경제, 교육, 문화, 복지 시스템을 촌락의 단위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문화정책으로는 마을 옥상에서 작은 영화제를 만들거나, 교육정책으로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저희만의 대안적인 방법을 찾고 구축해 보려고 해요. 



Q. 마을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유아란

예끼마을에는 예술에 대해서 열려 있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림, 공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머님들이 정말 많은데,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서 아쉬우셨대요. 저희는 미술을 가르쳐줄 친구도 있고 예술단체와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서 어머님들이 좋아하세요. 마을 회의나 마을 설명회가 있을 때는 저희가 회의록이나 발표 자료 작성을 도와드리기도 하는데, 마을 아버님들과는 주로 마을 사업으로 만나고 있고요. 홍수와 같이 마을에 힘을 보태야 할 때도 언제나 달려갑니다. 

그리고 동네 분들이 선진 사례 답사를 갈 때 매번 따라가는데요, 동네 분들과 어우러져서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해요. 어버이날에는 동네를 돌면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광복절에는  태극기도 같이 그려서 개항하기도 해요. 재미있는 것은 어머님들이 저희 이름을 잘 못 외우셔서 저희의 특징을 파악해서 별칭으로 부르시는데 그것도 참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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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을 어른들과 함께(유유자적 사진 제공)



Q.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인가요?

유아란

운영비 확보를 위해 행사 기획, 디자인 업무, 컨설팅, 연구 용역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안동과 관련한 향수, 기념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것도 함께하고 있고요. 관광 체험 교육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서 최근에 이 공간을 대여했어요. 이곳은 이전에 ‘향교회관’으로 사용되던 곳인데요, ‘공유공간 771’로 이름을 지었어요. 이곳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향후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공유공간 771’이 안동에 오는 청년들이 성장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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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왼쪽) 공유공간 771 전경 

(사진_오른쪽) 공유공간 771 워크숍 공간 (유유자적 사진 제공)



Q. 안동에서 활동해 오며 의미 있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유아란

작년 11월에 저희가 행정안전부 ‘청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서 행정장관상 우수상을 받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힘들면 빨리 접고 오라며 걱정이 많으셨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는 조금 안심하시는 것 같아요. 행복할 길을 찾아서 안동에 내려왔지만, 저를 보고 행복해하실 분은 부모님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수상을 통해 저도 스스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요. 


최소영

저는 아주 사소한 일인데요, 하회마을 살 때 주말이면 관광객들 대상으로 막걸리를 팔아요. 근데 그 집이 풍물 선생님이 계신 곳이어서 친구들과 막걸리 마시고 장구 치고 북 치고 노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러면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보시고, 저희도 아기들한테 악기 가르쳐주고 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 일들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없는 것들이잖아요. 안동에서 겪는 소소한 일상에서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며 동시에 내 삶이 풍요롭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았죠.


손혜영

모든 일상이 노출되고 공유되는 제 고향과 달리 이곳에서는 동네 분들의 적절한 호기심과 거리감 사이의 긴장을 느껴요. 그게 오히려 편안하기도 하고요. 안동에는 축제가 많아서 일하다가 지칠 때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안동은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마을 분들이 청년들에게 많이 베푸셔요. 청년인 제가 모자란 부분을 감싸주시기도 하고 그럴 때 감동을 얻기도 해요. 무엇보다도 예끼마을에서의 삶이 즐거워요. 구술 작업을 해온 저에게는 예끼 마을 어른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Q. 안동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유아란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요. 여기 ‘공유공간771’ 찾기까지 많이 헤맸는데요, 무엇보다도 공간 지원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리고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선배가 동료가 많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소영 

제가 안동에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안동 온 사람들’이라는 지인 그룹이 생겨서인데요,  안동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면서 ‘안동 온 사람들’ 외에도 협력할 수 있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청년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어른들도 많이 만나고 싶고요. 지역의 선배들과 멘토링의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Q. 사회연대은행의 지역 청년 지원사업은 도움이 되었나요?

유아란

그럼요. 정말 큰 도움이 됐죠. 저에게는 사회연대은행 지원사업이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게 된 일종의 전환점으로서 의미가 커요. 처음 안동에 와서 친구와 저 둘이 좌충우돌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인재들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효과들이 너무 신기해요. 지역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안동 하회마을에서 '뿌리깊은마을'을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안동에 정주하는 청년들이 생겨난 점도 큰 성과이고요. 안동 온 사람들, 유유자적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제가 안동에서 활동하는 동력이고, ‘재미있다, 더 해보자’ 라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요. 그리고 사회연대은행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삼성생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을 분들에게 많은 신뢰감을 주는 것 같아요. 저희가 누구인지를 설명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Q. 10년 후에 나는 안동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유아란

10년 후에도 저희는 모두 청년이네요! 이렇게 같이 모여 있는 사람들이 10년 후에는 ‘그땐 그랬지’ 하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게으르고, 나태하게, 즐겁게 살자!’ 라는 의미를 담아 ‘유유자적’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유유자적한 삶을 위해서 유유자적하게 살 수 없더라고요. (웃음) 10년 후에도 모두들 바쁜 안동살이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소망은 유유자적이 지방 소멸을 해결하는 촌락 단위의 삶의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거에요. 저는 우리가 하는 실험들이 10년 뒤에는 어떤 유산이 될 거고 역사가 될 거라고 믿어요. 


최소영

저는 지금은 기념품 사업을 구상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안동 내에 농산물 등 다양한 상품과 협업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가 노란 집을 만들었던 것처럼, 예술가를 지원하는 공간을 마련해서 운영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손혜영

저는 10년 후면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안동에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여기 동네 어르신들이 여기서 아이 낳고 살면 아이를 봐주신다고 하셔서 여기서 살아야되나 고민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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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최소영 활동가, 손혜영 활동가, 유아란 대표



느슨한 삶을 꿈꾸며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유유자적 팀과 이야기 나누며, 청년들의 밝고 명랑한 기운이 만들어낼 안동 예끼마을의 내일이 기대되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지역에서 삶의 가능성을 찾아 생명 넘치는 삶을 일구어가는 청년들을 언제나 응원하며, 청년들의 힘찬 도전이 의미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습니다.   



안동 온 사람들 / 유유자적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ndongon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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