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변화 이야기

"10년간 음식점 창업만 7번 했어요"

2010.03.31
"10년간 음식점 창업만 7번 했어요"
 
글. 허미영 / 자원개발팀
 
한 때는 부러울 게 없었다. 외국인 제약회사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면서 전국 톱을 놓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자리에도 올랐다.
최고의 자리에서 호기롭게 사업도 시작했다. 지역사무소까지 두고 규모있게 시작했었다.
하지만 IMF와 함께 찾아온 사업실패는 그의 삶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지난 삶의 댓가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그리고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박 대표는 음식점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초 소액서민금융재단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것.
새로운 창업으로 밝은 내일을 꿈꾸는 박 대표를 만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 대표는 지난 10년을 '부채를 갚기 위해 쫓기듯 살아온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집 3채를 날리고, 10년을 갚고도 부족할 만큼 사업실패로 남겨진 부채가 컸던 것.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에 좌절해 삶의 끈을 놓을 생각도 했었단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기에 실패 후 초라해진 자신을 더욱 감당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지인의 도움으로 프렌차이즈 음식점을 시작해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었다.

"10년간 음식점 창업만 7번을 했어요. 창업 후 자리가 잡히면 가게를 넘겼고, 받은 권리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생활을 반복했죠"

다행히 음식점으로 창업해 실패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부채는 줄어들지 않았고 견디다 못해 2008년 11월 파산면책을 받았다.

"사업 실패 후 오갈 데 없는 저희 가족을 위해 살던 집까지 내어준 누님이 뇌출혈로 쓰러졌어요. 누님이 독신이었기 때문에 제가 돌봐야 했고, 계약기간 만료로 가게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가게를 정리하면서 파산면책까지 받았어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박 대표는 다시 음식점 사장님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딧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청국장·육회 전문점을 창업한 지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단비를 만난 것 같았어요. 2천만원이라는 돈이 창업하는 데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손 내밀 곳도 없던 저에게는 너무도 값진 돈이었어요. 큰돈이 아니더라도 준비상황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알게 됐어요."

이전에도 여러번 창업을 해 봤지만 이번처럼 적은 자본을 가지고 열악한 입지에 창업한 적은 없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창업 2개월 만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월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한 행사를 하거나 적극적인 홍보를 하진 않아요. 다만 찾아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손님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을 도와 기술을 전수하고 2호점을 오픈하는 등 사업적으로 안정을 찾고, 가정적으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사업실패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어느새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다. 형편때문에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줬던 큰딸도 늦게나마 대학입시를 준비중이다.

"부부가 함께 식당 운영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주말 저녁이면 함께 가족예배를 보며 대화의 시간을 갖죠. 그 덕분인지 아이들이 반듯하게 잘 자라줬어요. 그동안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해줬는데, 이제라도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박 대표는 사업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안정을 찾아 ‘요즘처럼 맘 편한 적이 없다’면서도 ‘지인들이 믿고 빌려준 자금 중 아직 갚지 못한 부분이 있어 마음 한 켠이 무겁다’고 전했다.
또 ‘하루 빨리 남겨진 부채를 해결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아닌 남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삶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겪으면서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눔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됐다는 박 대표가 하루빨리 마음의 평안을 찾길 바란다.


창업지원기금 : 소액서민금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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