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향을 향해 발맞춰 걸어가는 우리 - 보호종료청소년 주거금융지원사업 참여자 수기
나는 어릴 때부터 시설에서 자랐지만, 부족함은 없었다. 그러나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결여된 외로움 속에서 자라온 나에게 집이란 단순히 ‘사는 곳’ 이상이었다. 어떠한 불안도 없고 유일하게 안정된 장소였으며 따뜻함과 편안함, 포근함의 상징이었다.
대학교 입학 후 자취를 시작하며 LH대학생전세임대주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사업은 전세보증금을 지원받아 직접 전셋집을 구하고 입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업을 통해 대학 4년 동안 주거지를 해결했고, 졸업 후에는 LH취준생전세임대주택으로 전형을 변경해 2년 동안 주거지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원되는 전세금으로 구할 수 있었던 집은 반지하방이거나 곰팡이가 잔뜩 핀 오래된 주택이었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물이 역류하고, 장마철에는 비가 새고, 집주인은 소통이 되지 않는 등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관리가 잘 되는 살기 편한 곳으로 이사를 가리라 마음먹고 버텼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건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그 다음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 가까워졌다. 남편은 나를 듬직하게 지켜주면서 때론 가장 섬세하게 내 감정을 어루만져 주곤 했다. 언젠가 내가 화를 속으로 삭이며 혼자 힘들어하거나 격하게 감정적으로 화낼 때에도, 내 마음도 편하고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과하게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줬고,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남편은 나에게 가장 친한 단짝 친구이며, 함께 있을 때 내가 나다울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남편과 결혼 이야기를 하며 주거 문제를 의논하다가 둘 다 아직 모아둔 돈이 없는 사회초년생인 점을 고려해 LH신혼부부전세임대를 알아보게 되었다. 같은 평수 대비 낮은 보증금으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가 살고 싶은 지역에 신축 아파트 모집 공고가 올라와 신청했고, 운 좋게 당첨되어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3월 입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증금 마련이 힘든 상황이었다. 보증금의 대부분을 대출로 해결해야 했고, 대출금의 이자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우연히 사회연대은행과 서민주택금융재단이 진행하는 ‘보호종료청(소)년 주거금융지원사업’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 아직 마감기한이 남아 있었고, 지원자격도 충족했기 때문에 바로 사업 신청을 했다. 신혼부부 전세대출과 ‘보호종료청(소)년 주거금융지원사업’을 통해 전세금을 지원받아 가까스로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보호종료청(소)년 주거금융지원사업’은 무이자로 보증금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만큼 가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최대전환보증금으로 입주했고, 월 임대료가 보다 낮아져 고정지출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월급의 대부분을 생활비와 학자금대출 상환금으로 썼던 나에게 목돈을 모으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는데, 절약한 금액으로 적금을 넣고 저축도 하게 됐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충동 소비를 즐겼던 내가 ‘보호종료청(소)년 주거금융지원사업’에 참여하고 결혼하면서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알뜰살뜰 아끼고 모아 목돈을 만들고 대출 없이 보증금을 해결해 나중에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신혼집을 마련하던 중 새해에 소중한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원래 코로나19로 인해 식을 미룰 예정이었지만, 아기가 찾아와 준 덕에 조금 서둘러 결혼식 준비를 했다. 시부모님, 우리 부모님, 남편까지 모두 배려를 많이 해줘서 힘들지 않게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시기에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결혼식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로 지은 깨끗한 아파트에 살게 됨에 감사하고, 집 앞에 예쁜 산책로가 있어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더 행복할 미래를 생각하니 또 감사하다. 그 동안 도움 주신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가 도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베푸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지금 남편은 하고 싶다던 일을 시작해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다. 나는 올해 태어날 아기를 위해 태교하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사회복지사 1급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한 걸음 두 걸음 발맞춰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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